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참패 이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강경파로 미국-이란 전쟁을 이끌어온 헤그세스 장관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홀로 떠안는 '제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이 실제로 경질된다면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 표결까지 추진되고 있어 그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 EPA=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미국 CBS와 악시오스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잃은 뒤 측근들에게 헤그세스 장관의 유임 여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CBS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 나눈 전화 통화를 통해 헤그세스 장관을 계속 기용할지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후임자로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헤그세스 장관이 그 명단의 맨 위로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는 헤그세스 장관이 매우 불안정한 처지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헤그세스 장관을 향한 이런 움직임은 공화당 진영의 다른 곳에서도 나오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인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이란) 전쟁 때문이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참패가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는 헤그세스 장관을 정조준한 언급으로 평가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한 대표적 강경파로 꼽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그는 2월28일 이란 공격 이전부터 전쟁을 강력하게 지지했으며, 전쟁이 신속하고 손쉽게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휘발유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전쟁에 대한 미국 내 반발이 커졌다. 헤그세스 장관이 당초 제시했던 전쟁 목표와 실제 전황 사이의 괴리도 논란이 됐다.
만약 헤그세스 장관이 실제로 경질된다면 미국-이란 전쟁의 향방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전쟁 확대를 주장했던 핵심 인사가 물러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군사전략 재검토와 출구전략 모색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장관 교체가 곧바로 전쟁 중단이나 대이란 정책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2027년 1월 상·하원 다수당이 되면 새 국방장관 인준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까지 교체를 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별도로 헤그세스 장관은 의회의 탄핵 압박에도 직면했다.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의회 승인 없는 이란과의 전쟁 수행 등을 문제 삼아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으며, 이르면 다음 주 하원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도 새 의회 출범 이후 미군 수뇌부 해임, 국방부 운영 등을 조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 파면에 필요한 3분의 2 찬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