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한 주택가 단독주택에서 군 당국이 비밀감옥을 설치해 징집병과 탈영병 등을 수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수용자들 다수에게 구토와 고문 흔적도 확인됐다.
비밀감옥의 존재가 SNS를 통해 급속하게 알려지면서 주민 수백 명이 몰려들어 군인 및 경찰과 충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측근인 키릴로 부다노우 대통령실장까지 현장을 찾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이 11월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민영방송 24채널 기자와 시위현장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 24채널 유튜브 갈무리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독립언론 키이우인디펜던트와 흐로마드스케, 헝가리 매체 헝가리안컨서버티브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2일 오후부터 키이우 서쪽 외곽의 페트로파블리우스카 보르샤히우카 지역에서 주민들과 군인들이 충돌했다.
이번 충돌은 단독주택 지하실에 수십 명이 불법 감금돼 폭행과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주민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졌다.
일부 주민과 가족들은 군인들이 수용자들을 폭행하고 의료진의 접근까지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건물에는 20명 안팎의 군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비병들은 처음에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하지만 계속된 시민들의 추궁에 사실을 인정하고 주민 일부와 언론에 내부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 4명이 확인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는 주민과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며 출입문과 담장을 파손했고, 경찰 차량과 군인 수송버스를 공격했다.
군경은 최루가스를 사용하고 공중에 경고사격을 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들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논란의 건물은 우크라이나 국가근위대 산하 제1아조우군단 소속 부대가 사용하던 시설로 확인됐다.
국가근위대 측은 이곳이 새로 징집된 군인과 허가 없이 부대를 이탈했다가 붙잡힌 군인들을 소속 부대로 보내기 전 임시로 머물게 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불법 폭행과 고문이 확인되면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14세 소년이 담요에 싸인 채 건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도 촬영돼 공개됐다. 소년은 공포에 질려 있었으며, 수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년이 비밀감옥에 갇힌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논란이 급속히 확산하자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부다노우 실장은 관계당국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강제 동원과 탈영병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군 병력이 부족해 길에서 젊은 남성을 강제로 차에 태워 군으로 보내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