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 텍사스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사업에 고충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텍사스에서는 상원의원과 주지사뿐 아니라 감사관과 법무장관 등 주요 직책도 민주당 후보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머스크 CEO의 사업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머스크 CEO의 인공지능(AI) 사업에 필수인 데이터 센터 건립 계획은 물론, 사업 부지 확장, 주 보조금 지원에도 모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투자자들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사업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관련 주가도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왼쪽)가 2026년 9월29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공지능(AI)에 관한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9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 지역인 텍사스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머스크 CEO의 사업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공화당 지지하며 텍사스로 이전한 머스크, 민주당의 견제 직면
미국 NBC뉴스는 4일 "머스크 CEO는 최근 몇 년 동안 민주당 규제 당국과 좌파 정치를 피하기 위해 집과 사업체를 텍사스로 옮겼다"며 "그러나 그는 다시 한번 (민주당의) 포위망에 둘러싸였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텍사스에서 공화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뉴욕타임스의 2일 분석에 따르면 그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텍사스 주 관련해 약 1억8천만 달러(약 2413억9천만 원)를 지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에도 민주당은 텍사스에서 압승을 거뒀다. 주 상원의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회와 함께 중간선거 개표 방송을 시청하던 참석자들이 2026년 11월3일 미국 워싱턴 D.C.의 AC 호텔에서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AFP통신=연합뉴스
텍사스에서는 주지사보다 주 부지사가 주의 입법 과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 자리도 민주당 후보가 차지했다. 최고 재무 책임자와 세금 징수관, 회계 담당자 등의 역할을 맡는 주 감사관에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석유·가스 등 텍사스 에너지 산업을 규제하는 텍사스 철도 위원회의 공석도 민주당 후보가 채웠다. 주의 법률 고문이자 수석 법 집행관인 법무장관 자리 역시 민주당 후보에게 돌아갔다.
머스크 CEO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캘리포니아주가 테슬라 공장 일부의 임시 폐쇄를 권고하자 이에 반발해 테슬라 본사와 일부 사업을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2024년에는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교육청이 교직원에게 자녀의 성 정체성 변화를 학부모에게 알리도록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에 서명하자, 머스크 CEO는 스페이스X와 X 본사도 텍사스로 옮겼다.
◆ 머스크 사업에 규제 강화를 예고한 텍사스 민주당 당선인들
이번 선거 결과가 머스크 CEO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주요 당선인들이 그의 사업에 비판적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일부는 데이터 센터 등 AI 사업에 필요한 시설에 대한 규제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나 히노호사 민주당 텍사스 주지사 후보가 2026년 11월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선거 결과 발표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지나 히노호사 텍사스 주지사는 10월22일 SNS 플랫폼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내가 주지사가 되면 텍사스 주민들을 보호하는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모든 데이터 센터 승인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이다"고 밝혔다.
투자 자문 회사 GLJ 리서치의 고든 존슨 CEO는 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히노호사 주지사의 당선으로 텍사스에 13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 센터 전력을 추가 공급하려던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는 완전 자율 주행(FSD)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고 여러 도시에서 자율 주행 사이버캡과 로보택시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텍사스 상원의원 당선인이 2026년 11월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중간선거 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AFP통신=연합뉴스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에게 "텍사스는 돈으로 살 수 없다"며 "이 주, 이 나라는 주민들의 것이다"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탈라리코 의원도 데이터 센터의 판매세 면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비키 굿윈 주 부지사와 존 로젠탈 텍사스 철도 위원회 위원 역시 관련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스페이스X의 사업 부지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텍사스 월간지 텍사스 먼슬리는 10월16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텍사스 공원 및 야생동물 위원회가 스타베이스 시설 인근 해변 주립공원 부지를 스페이스X에 매각하는 안건을 11월5일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당선된 사라 에크하르트 텍사스 감사관은 텍사스 헌법이 보장하는 공공 해변 접근권을 기업에 넘기는 데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받던 주 보조금도 줄거나 중단될 수 있다. 네이선 존슨 텍사스 법무장관은 10월 SNS 플랫폼 X에 "일론 머스크에게 그의 재력과 인맥을 이용해 주 정부 계약을 특혜로 맡기는 것은 명백한 부패다"며 "주 정부의 이익을 외면하고 독점 기업과 내부 관계자들에게 경쟁사보다 3배나 많은 돈을 지불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존슨 법무장관은 7월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지난해 텍사스 광대역 개발 사무국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에 1억900만 달러(약 1463억8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머스크 CEO와 가까운 공화당 정치인들이 스페이스X에 유리하도록 절차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에도 정치적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 플랫폼 XTB의 캐슬린 브룩스는 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회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더욱 엄격한 심사를 통해 합병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브룩스는 이어 민주당이 연방 의회를 장악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며 "현재 테슬라와 스페이스X 모두 정치적 위험 부담이 커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4일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전반적으로 시장은 상승세를 보였으나, 개장 전 거래에서 스페이스X 주가는 3.8% 하락했고 테슬라 주가는 3.3% 내렸다.
미국 금융회사 요크빌아이브스의 댄 아이브스 파트너는 4일 글로벌 금융 전문 매체 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에 "텍사스 데이터 센터 구축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기술 투자자들에게 실질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