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홉킨스 출신 암센터 연구원으로 쌍둥이 엄마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승연씨는 27일 방송된 BBC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삶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으로서 10월2일 서올 종로구 북창동의 한 복합문화공간을 빌려 '이혼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앞서 조씨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로운 시작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익숙한 결혼식의 요소를 이혼식에 가져왔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조씨의 이혼식장 입구에는 축의금 환불센터가 자리했다. 조씨는 "축의금 전부를 돌려주기는 어려운 만큼, 감사와 행운의 의미를 담은 손편지와 복권을 넣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혼 서약서 및 선언문을 낭독하며 스스로에게 앞으로의 삶을 약속했다. 힘든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고 친구들은 조씨에게 따뜻한 축사를 선물했다. 조씨의 이혼식장에 전 남편은 함께하지 않았다.
조씨의 이혼식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반응과 지나치다는 비난이 엇갈렸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이혼이라는 경험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삶을 기념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라며 응원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반면 다른 이용자는 "이혼은 축하할 일이 아니다"며 이혼식 행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번 이혼식 행사는 우리 사회가 이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요즘도 일부 언론은 유명인사의 이혼 소식을 전할 때 '파경'이라는 낱말을 쓴다. 이는 '깨진 거울'이라는 뜻으로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다. 다만 최근 파경이라는 표현은 크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최근 '돌싱글즈', '나는 솔로 돌싱 특집' 등 여러 예능에서 이혼한 남녀가 등장하고 이들의 인간적 매력이 부각된다. 그만큼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선택'이자 '인생 2막을 위한 출발점'으로 이혼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그 결과가 이번 이혼식일 터이다.
인식의 변화는 실제 통계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2026년 3월19일 내놓은 '2025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이혼 부부의 평균 혼인지속기간은 17.6년이다. 특히 혼인 유지 기간이 20년 이상인 '숙년 이혼' 비중이 전체 이혼의 35.1%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30년 이상 결혼을 유지했던 부부의 '황혼 이혼' 비중이 17.7%로 세부 구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이혼은 오랜 기간 가정을 유지해 온 중·장년층에게도 삶의 다음 여정을 위한 선택지로 역할하고 있다.
축하와 위로, 감사가 공존하는 자리
조승연씨는 이번 이혼식에서 직접 작성한 이혼 선언문을 낭독하며 그간의 시간을 보듬고 스스로를 향한 다짐을 전했다. "사랑받기 위해 나를 줄이지 않을 것, 내 안의 목소리를 믿을 것, 여전히 사랑을 믿을 것, 기쁨을 미루지 않을 것,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구절에는 홀로서기를 앞둔 결심과 자기 고백이 담겨 있었다.
물론 이번 이혼식은 이혼 자체를 무조건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한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에서 벗어나 힘든 시간을 지나온 당사자를 위로하고, 그 곁을 지켜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당사자가 감사를 전하는 장이었다고 조씨는 전했다. 관계의 해체가 주는 상실과 아픔을 속에 묻어두기보다 공개 행사를 통해 밖으로 드려내면서 관계의 정리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기념한 셈이다.
관계의 변화를 알리는 이별의식
이혼식은 당사자의 삶에 일어난 변화를 주변에 알리는 기회도 된다. 혼인 소식은 청첩장과 결혼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유되지만, 이혼 사실은 별도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점에서 굳이 알릴 필요도, 타인이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를 할 때 이혼 사실을 일일이 알리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은 당사자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