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7%에 그쳤던 전년 동기 대비 누적 순이익 증가율은 올해 3분기 5.8%까지 세 배 이상 높아졌다. 3분기에만 1조1946억 원을 벌어들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한 덕분이다.
다만 9월 말 연체율은 0.51%로 지난해 말(0.32%)보다 높아졌고, 3분기 순이자마진(NIM)도 직전 분기보다 떨어졌다.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2025년에 일제히 4조 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구체적으로는 세 은행이 각각 3조8522억 원, 3조7748억 원, 3조7475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세 은행이 모두 연간 순이익 4조 원을 눈앞에 뒀던 만큼 올해 은행권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누가 먼저 이 고지를 밟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국내 시중 은행 가운데 연간 순이익 4조 원을 달성한 곳은 없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연임 심사 전 받아드는 마지막 분기 성적표에서 '뒷심'을 보였다. ⓒ허프포스트코리아
다만 이호성 행장은 그 성과의 완성을 확인하기 전에 연임 여부를 평가받게 된다. 하나은행이 올해 연간 순이익 4조 원에 도달하려면 4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1.4% 늘어난 6843억 원을 벌어야 한다. 연간 실적은 내년 초 공개되지만,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2월 초 차기 행장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이번 3분기 성적표가 이 행장에게는 이미 거둔 성과와 앞으로 이어갈 성장 가능성을 함께 설명해야 하는 자료인 셈이다.
◆ 상반기 더뎠던 순익 증가세, 연임 판단 앞둔 3분기에 대폭 확대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제자리걸음을 했던 하나은행의 순이익이 3분기에는 대폭 늘어났다.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에 순이익 1조1946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것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2025년 상반기보다 1.7% 늘어난 2조1211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3분기의 호실적에 힘입어 하나은행의 9개월 누적 순이익의 증가율은 5.8%로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해 오는 12월 말 첫 2년 임기를 마친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30일 하나은행을 포함한 6개 주요 관계회사 최고경영자의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이번 실적 발표는 후보군 압축 직전에 이뤄졌다. 이 행장으로서는 상반기보다 뚜렷해진 이익 증가세를 바탕으로 경영 성과를 평가받게 된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은행 임추위가 최종 후보군에 대해서도 의견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이 행장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 은행 이사회의 의견이 더욱 폭넓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임추위는 후보 대상자 추천에 더해 최종 후보군에 대한 의견도 낼 수 있으며, 최종 후보 평가 과정에는 은행 임추위원장이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전달하게 된다.
◆ 조달 비용 변화가 불러온 이자이익 확대, 수수료 이익은 누적으로 증가 분기로는 감소
누적 실적의 개선을 뒷받침한 것은 이자이익 확대다. 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6조7773억 원으로 2025년 같은 기간보다 14.1% 증가했다.
3분기 원화대출은 직전 분기보다 1.7% 늘었으며,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각각 2.3%, 1.0% 증가했다.
자금조달 비용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누적 기준으로 예금 등 조달자금에 지급하는 평균 금리가 대출 등 자산에서 거두는 평균 수익률보다 더 큰 폭으로 낮아지면서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대출 규모 확대와 조달비용 하락이라는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이다.
수수료이익도 누적 기준으로 늘어났다. 올해 3분기까지 수수료이익은 87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과 방카슈랑스 등 수수료 사업 확대를 실적 개선 요인으로 제시했다.
퇴직연금에서는 3분기까지 누적 적립금 증가 은행권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2조1554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7741억 원 늘었다.
하나은행은 대면 상담 확대를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하나은행은 연금자산관리 상담 전용 채널인 '연금더드림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수수료이익을 포함한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 전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감소한 8106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단독 수수료이익 역시 2025년 3분기보다 약 7.8% 감소했다.
◆ 순이익 증가에도 커진 충당금 부담, 연간 순이익 4조 원 달성 여부는 연임 심사 후 드러난다
다만 건전성 부담은 조금 커졌다. 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09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4%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대출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 놓는 돈으로, 대손충당금 전입액 증가는 해당 기간의 순이익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9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8%로 지난해 말 0.35%보다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0.32%에서 0.51%로 상승했다. 영업 확대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유지하려면 부실 발생과 회수 상황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가 떠오른 이유다.
3분기만 보면 순이자마진(NIM) 역시 주춤했다. 하나은행의 3분기 NIM은 1.57%로 직전 분기 1.61%보다 0.04%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2025년 4분기 1.52%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치다.
하나은행은 연말 유동성 관리에 대비해 3분기에 6~12개월 만기 예금 약 11조3천억 원을 미리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자비용을 앞서 부담하는 대신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연간 순이익 4조 원 달성 가능성도 이러한 흐름에 달려 있다. 3분기 누적 실적을 기준으로 연간 순이익 4조 원까지 남은 금액은 6843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 6142억 원보다 약 11.4%를 더 벌어야 한다.
정영석 하나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3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를 저점으로 NIM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4분기에는 운용에서 금리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조달비용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