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67일 만에 그가 강조해 온 '구조적 다수'를 이뤘다. 다만 긍정평가가 아니라 압도적 부정평가라는 점이 문제이다.
리얼미터가 22일 발표한 여야 당대표 직무수행 평가에서 김 대표 긍정평가는 25.6%, 부정평가는 67.6%로 각각 집계됐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부정평가가 53.3%를 기록하는 등 모든 지역, 연령대, 이념성향별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크게 앞섰다.
김 대표는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반전의 가능성은 있을까.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김 대표에 대한 부정평가가 특정 지역이나 정파에 국한되지 않고 넓게 나타난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정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구조적 한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지층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반대층을 설득하지 못하며,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데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쯤되면 김 대표가 내세운 '당정 관계 안정'과 '민생 중심의 당 운영'이 국민에게 어떤 성과로 전달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때 '당정일치'를 내세워 100일 안에 당정 지지율을 10~15%포인트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성적표만 놓고 보면 통합·성과·민심 대응이라는 여당 대표의 핵심 과제에서 만족스러운 답을 찾기 어렵다. 당내 갈등은 여전하고, 각종 태스크포스(TF)는 늘어났지만 성과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의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민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여당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먼저 '통합'부터 살펴보면 김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연확장론을 이어받아 보수와 중도, 진보까지 아우르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다. 당대표 취임 뒤 의지를 담아 '대통합추진단'이란 조직까지 꾸렸다. 그러나 그 창대한 출범과 달리, 지금까지 대통합추진단과 관련해 남은 것은 조국혁신당과의 미묘한 이견 노출이나 범야권 진보정당 관계자들을 만났다는 형식적인 만남 뿐이다.
특히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정체성을 알 수 없는 통합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이른바 '잡탕연대'에 선을 그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김 대표에게 민주진영의 대표인지 '뉴 이재명'이라는 특정 계파의 수장인지 돌아보라고 직격했다. 보수와 중도를 포용하겠다던 야심찬 외연 확장의 청사진은 실종됐고, 정작 범진보 진영 내의 이합집산 관리조차 버거워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김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 내부 갈등과 지지층 분열이 가라앉기는커녕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직 인선에서 탕평 인사는 없었고, 김 대표가 가만히 있는 정청래 전 대표를 자극하는 언행도 나왔다.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과 박선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신천지 당원 가입 조사 결과 공개를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뿌린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은 아직도 당내 통합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내부도 통합하지 못하는 대표가 보수부터 진보까지 '모든 세력을 아우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공허하거나, 황당하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
'국정운영의 성과' 쪽은 더욱 뼈아프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민생·경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을 다루기 위해 40개가 넘는 태스크포스(TF)와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제는 그 많은 조직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느냐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K-방위산업지원특별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병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에서도 잇단 TF 출범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TF가 너무 많다 보니 민주당이 어느 분야에 당력을 쏟는지 국민은 알기 어렵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도에 추가되는 TF 명칭이 아니라 달라진 정책과 생활의 변화다. 그런데 김 대표의 TF 정치는 민생을 개선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당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진보 성향 매체인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김 대표의 TF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발표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직격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주당의 의제 설정 능력이다. 집권 여당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문제를 먼저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정부가 실행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김 대표는 '창조적 수평적 당정관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청와대나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를 수동적으로 한 발 늦게 따라가는 '뒷북 정당'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김 대표의 많은 발언과 입장을 살펴보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나 청와대의 결정이 나오면 이를 '종합적으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논의한 뒤 실행하겠다는 게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김 대표의 당 운영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방침이 명확하지 않아 '여론의 간을 보는 듯한' 모습이라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최근 발의된 초광역특구 법안이다.
민주당은 '주 52시간 근무 예외' 규정을 담은 법안과 담지 않은 초광역특구 법안 2개를 동시에 발의했다. '주 52시간 근무 예외'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펼쳐질 것을 뻔히 알면서 방침을 정하거나, 물밑 조율을 하지 않은 채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니 숙의를 해보자"라는 식으로 비판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김 대표에게 우호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 22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국민들은 두 개의 법안을 낸 것을 간보기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에서 두 가지 법을 낸 것을 '왜 소신 없이 이렇게 했느냐'라고 생각할 것인데 법안을 내겠다는 예고를 하면서 노동계와 산업계가 더 대화를 하는 사회적 합의가 되도록 노력했어야지, (법안 발의가) 너무 빨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홈페이지 헤드 기사와 사설을 통해 김민석 체제의 민주당을 ‘나사 풀린’ 상태라 비판했다.
통합은 선언으로 증명되지 않고, 성과는 조직의 숫자로 대신할 수 없으며, 당정 관계는 대통령의 기조를 뒤따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김민석 대표가 취임 100일에 현재의 처참한 지지도를 벗어나고 싶다면 빠른 시일 안에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려야 할 것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RDD(임의전화걸기)·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