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 활용 논란으로 국정감사에서 진땀을 뺐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민간 AI에 국가기밀을 입력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배경훈 부총리에게 보안 점검을 요구했다. 북한을 비롯한 외부 위협 세력에 기밀이 유출될 위험까지 거론하며 장관직을 걸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불러온 논란의 수습 책임이 주무부처 장관에게 넘어가는 모양새가 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국감)에서 이 대통령의 제미나이 활용을 두고 "이재명의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은 제미나이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며 배 부총리에게 입장을 물었다.
이에 배 부총리는 "(대통령이) AI를 활용해 또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일종의 소수 의견을 AI를 통해 전달한 것이다"라며 다른 의견을 참고한 것 뿐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김장겸 의원은 대통령의 AI 활용에 따른 국가정보 유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을 인용해 이 대통령이 제미나이의 답변만 공개했을 뿐 어떤 질문을 입력하고 어떤 자료를 첨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나 각료, 청와대 수석들은 각자 업무상 비밀 등급이 있을 것 아니냐. 그런 내용을 AI에 입력했다면 그 보안을 누가 책임지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참모진의 외부 AI 이용 기록을 전수조사하고, 입력 정보의 저장 여부와 AI 학습 활용 설정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기밀 유출 위험과 북한의 해킹 등 외부 위협 가능성을 거론하며 AI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배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직접 쓴소리를 해야 한다며 장관직을 걸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배 부총리는 "민감한 정보를 첨부해서 질문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적 정보 검색과 참고를 위한 AI 활용 자체에 특별한 보안상 또는 법적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 대통령의 제미나이 활용을 둘러싼 논란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제미나이의 답변을 토대로 공소청장과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반대하는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엑스에 "공소청장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배제하라는 주장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행정감독권과 정부 통솔 구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궤변이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곧장 대통령이 국정 운영과 관련한 논쟁에서 AI의 답변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전날 "몰라서 제미나이를 인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 주장이 얼마나 초보적 논리와 팩트에 어긋나고 수준 낮은 것인지 느껴보라고 한 것이다"라고 재반박했다.
하지만 논란은 AI 활용의 적절성을 넘어 국가정보 보안 문제로까지 번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전 보안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지껏 AI를 활용했다면, 공무상비밀누설 현행범이다"라며 이 대통령이 AI에 입력한 국정 자료를 공개하고 보안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