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교인들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급기야 공개 최고위원회의(최고위)에서 터져 나왔다.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이성윤 최고위원의 요구에, 조사를 맡았던 박선원 최고위원이 직접 발표하겠다고 맞받으면서 지도부 내부의 충돌이 고스란히 외부에 드러났다.
8월 전당대회 당시 친석(친김민석)계와 친청(친정청래)계 사이에 깊어진 감정의 골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가운데, 김민석 대표가 직접 제기한 의혹이 오히려 지도부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 최고위원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우리 당을 분열시키고 당원들에게 상처를 준 신천지 개입 의혹 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과 당원께 공개해야 한다"며 김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제기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비밀연합'의 근거까지 밝힐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신천지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고, 근거가 없다면 의혹을 제기한 측에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당원정비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관련 조사를 맡았던 박 최고위원이 "좋아, 다 공개해"라고 맞받았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공개회의 종료를 선언하자 "소통관에서 공개 발표하겠다", "TF 단장으로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상치 못한 박 최고위원의 발언에 김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에서는 김 대표가 박 최고위원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최고위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오늘은 할 이야기가 더 이상 없다"고 했으며,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충돌의 뿌리는 8월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김 대표는 7월20일 합동연설회에서 "반명·분열주의·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대의 본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쟁자였던 정청래 의원이 반발했고, 같은 달 24일 친청계인 이성윤·최민희·한민수 최고위원 후보도 기자회견을 열어 근거 제시와 사과를 요구했다.
다만 지도부 내부에서 한때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8월28일 최고위에서 "일주일 정도 지나고 보니 김민석 대표가 하려는 방향을 이해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맡기로 한 '언론개혁 TF' 명칭을 '미디어 공공성 강화 TF'로 바꾸기로 했다면서 김 대표의 방식에도 동의를 표했다.
당시 한민수 최고위원 역시 당의 단합을 강조하는 등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갈등이 점차 수습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이달 13일 당원정비 TF가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가입 정황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은 다시 불거졌다. 김 대표는 이튿날 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서 "상당한 정도의 집단적 가입이 있다는 것은 확인됐다"고 말했고, 조직적 경선 개입과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친청계는 집단 가입 정황과 특정 정치세력이 신천지와 연합해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별개라며 구체적 증거 공개를 요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비공개 최고위를 열어 후속 조치를 논의했지만, 조사 결과의 처리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갈등은 이날 공개회의에서 지도부 간 직접적 충돌로 이어졌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론에 대한 파장, 당내 파장을 다 고려해 최고위에서 결론을 낼 것으로 안다"며 최고위원들이 다시 숙의하고 토론하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최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선원 단장의 조사 결과 처리에 대해 최고위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일이 없음을 알려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와 데이터 출처, 입당 시기 등이 낱낱이 공개되기를 기대한다"며 "근거도 있으면 제시하고 없으면 없다고 사실대로 밝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최고위 충돌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조사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조치하면 된다"며 "싸우지 말라. 있는대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결국 관심은 김 대표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에 쏠린다.
김 대표가 직접 제기한 의혹을 둘러싸고 최고위원 간 공개 충돌까지 벌어진 만큼, 조사 결과의 공개 시점과 범위는 물론 당초 주장한 '3자 비밀연합'의 근거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