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카이진(Kaigene)'으로부터 '항-APRIL 항체 신약'을 도입하며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을 추가했다.
셀트리온은 2025년에도 카이진에게서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 2종을 도입한 바 있어, 3종의 자가면역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게 됐다.
셀트리온은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억제제' 및 '인터루킨(IL) 억제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TNF-α 억제제로는 '램시마/램시마SC(성분명 인플릭시맙)', '유플라이마(성분명 아달리무맙)'가, IL 억제제로는 '스테키마(성분명 우스테키누맙)', '앱토즈마(성분명 토실리주맙)'가 있다. 여기에 IL 억제제 계열의 세쿠키누맙 바이오시밀러 'CT-P55'의 허가와 상업화도 준비 중이다.
셀트리온은 이 같은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롭게 도입한 신약후보물질들도 개발과 상업화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새로 들여온 신약후보물질이 아직 '전임상' 단계라는 점, 타깃(APRIL 계열) 시장에 이미 강력한 경쟁 약물들이 진입해 있다는 점에서 셀트리온의 신약개발 역량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으로서는 임상 진입 시점을 앞당기고 임상개발에 속도를 내면서도 선발 제품과 다른 차별성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APRIL 표적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 'KG013'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인 계약을 최근 미국 바이오텍 카이진과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KG013에 대한 전 세계 독점적 개발 및 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계약은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5억8050만 달러(약 7695억 원) 규모이며, 상업화 이후에는 순매출에 따른 로열티가 별도로 지급된다. 구체적인 선급금과 마일스톤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임상 실패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총액의 대부분을 후행성 마일스톤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KG013은 'APRIL(A Proliferation-Inducing Ligand)'을 표적으로 삼아 'IgA 신병증(IgAN)'을 치료하는 차세대 항체 신약후보물질이다.
APRIL은 원래 체내 B세포의 생존을 돕고 점막 면역을 담당하는 정상적인 항체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IgAN 환자는 장이나 호흡기 등 점막 면역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APRIL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된다. IgAN 환자의 B세포들은 APRIL의 자극을 받아 불량항체(갈락토스 결핍 IgA1(Gd-IgA1))를 생성하고, 우리 몸의 면역계는 혈액을 떠돌아다니는 이 불량항체와 결합하려는 '자가항체(IgG 또는 IgA)'를 추가로 만들어낸다.
이 불량항체와 자가항체가 혈액 속에서 서로 엉겨 붙으면서 거대한 단백질 덩어리가 되고, 이 덩어리가 신장의 필터인 사구체 내 메산지움(Mesangium) 영역에 침착되면 우리 몸의 '보체 시스템'이 이 덩어리를 공격하는 과정(보체 활성화)에서 사구체 필터가 손상돼 단백뇨, 혈뇨를 겪게 된다.
결국 IgAN 환자 중 일부는 신장이 망가져 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 신부전증으로 이어진다.
IgAN은 장기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인 만큼, 치료제의 장기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KG013은 1단계 원인 물질인 APRIL을 직접 타깃 삼아 차단하는 기전이다. 기존 IgAN 치료제들이 신장 염증을 줄이거나 단백뇨를 억제하는 3~4단계 공략에 머물렀다면, KG013은 불량항체의 생성 단계에서부터 신장 손상 가능성을 막는 '상류 기전 공략 신약'을 지향한다.
◆ 이미 동일 기전 신약 존재, 차별성 필요
문제는 이미 시장에 KG013처럼 APRIL을 직접 공략하는 기전의 신약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이 후발주자인 셈이다.
우선 일본 오츠카제약의 '보이작트(Voyxact, 성분명 시베프렌리맙)'는 APRIL 단백질을 저해하는 기전의 신약 중에서는 최초로 개발됐다. 2025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승인을 획득하고 시장에 출시됐다.
가속승인은 미충족 의료 수요가 있는 질환의 환자들을 위해, 임상 3상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시장에 미리 출시해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임시 허가를 내주는 제도를 말한다. 다만 3상은 계속 진행해야 하며, 3상에서 임상적 이익을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이 철회될 수도 있다.
또 미국 베라테라퓨틱스가 개발한 '트루탁나(Trutakna, 성분명 아타시셉트)'도 2026년 7월 가속승인을 받고 시장에 나왔다. 트루탁나는 IgAN을 일으키는 APRIL과 BAFF(B세포 활성화 인자)를 동시에 억제하는 치료제다.
기전이 다르기는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울토미리스(성분명 라불리주맙)'도 불과 며칠 전인 10월21일 FDA의 가속승인을 획득했다. 울토미리스는 면역 반응의 최하류인 신장 사구체 내부 보체 단백질을 타깃으로 해 보체 활성화와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이들 의약품과는 달리 KG013은 아직 전임상 단계여서, 임상을 마치고 상업화에 도달할 즈음에는 선발주자들이 시장을 견고하게 선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확연하게 우월한 데이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설 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와 한 통화에서 "적은 투여량과 긴 간격에서도 효과적으로 질환 조절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라며 "특히 체내 지속성을 대폭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쟁 약물에 견줘 투약 편의성과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것을 차별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이작트와 트루탁나는 각각 '4주 1회 피하주사(SC)', '매주 1회 피하주사'로 개발됐다. 결국 셀트리온이 '장기지속형'을 차별점으로 부각시키려면 4주마다 투여하는 보이작트보다 긴 간격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함께 셀트리온은 선발주자와의 출시 시차를 최대한 좁히는 방안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보이작트와 트루탁나처럼 FDA의 가속승인 트랙을 밟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오츠카제약은 22일(현지시각) 미국에서 2년간의 보이작트 임상 3상 연구 전체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오츠카제약은 투여 96주 시점까지 위약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지속적인 단백뇨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신장 건강의 척도인 eGFR(추정 사구체 여과율)의 감소율을 방어해내면서 약물이 사구체 메산지움의 손상을 장기적으로 차단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오츠카제약이 2년 장기 처방 안정성이라는 강력한 성과를 먼저 내세우면서, 후발주자인 셀트리온은 투여 주기 개선을 넘어 보이작트와 대등하거나 더 우수한 수준의 데이터를 임상 과정에서 입증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