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유세 도중 세계적인 여성 래퍼 니키 미나즈의 특정 신체 부위를 공개적으로 평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에도 여성의 외모와 신체를 둘러싼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던 만큼, 이번 발언을 계기로 그의 과거 언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래퍼 니키 미나즈(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25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포트휴런의 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에서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을 위한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의 25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미시간주 포트휴런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 유세에서 미나즈의 엉덩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존 허스테드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의 체격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돌연 미나즈에게 화제를 돌렸다. 그는 "그런데 전에 정말 끝내주게 아름다운 엉덩이를 본 적이 있다. 니키 미나즈"라며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나즈를 향해 "일어나 보라"고 요청했고, 미나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관중에게 손을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니키가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는 니키를 사랑한다. 그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해 왔다"고 말했다.
래퍼 니키 미나즈가 10월25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포트휴런의 맥모런 플레이스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센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간선거 지원 유세 도중 관중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발언은 대통령이 공식 정치 행사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특히 여성의 음악적 성취나 사회적 영향력보다 신체적 특징을 앞세워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는 점에서 성적 대상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미나즈가 현장에서 불쾌감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당사자의 반응과 별개로 대통령의 발언이 공적인 자리에서 적절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지도자의 언행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품격과 성인지 감수성을 둘러싼 질문도 제기된다.
니키 미나즈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으로 미국 뉴욕에서 성장한 래퍼 겸 싱어송라이터다. 2010년 첫 정규 앨범 '핑크 프라이데이(Pink Friday)'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이후 '슈퍼 베이스(Super Bass)', '스타십스(Starships)', '아나콘다(Anaconda)'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미국 힙합계를 대표하는 여성 래퍼로 자리매김했다. 여성 래퍼의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니키 미나즈는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자로 나서며 정치적 행보로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가족 분리 정책을 비판했던 미나즈는 2025년부터 보수 진영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올해 1월28일에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행사에서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의 '넘버원 팬'이라고 소개하며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미나즈는 이번 미시간 유세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현장을 찾았다. 이후 그는 연단에 올라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마이크 로저스와 주지사 후보 존 제임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앞으로도 영원히 지지하겠다"며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래퍼 니키 미나즈가 10월25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포트휴런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앞두고, 미시간주 셀프리지 공군 주방위군 기지에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의 외모나 신체를 공개적으로 평가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성의 외모에 점수를 매기거나 정치적 경쟁자의 얼굴을 문제 삼아 과거에도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2015년 8월18일 트럼프가 독일 출신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의 외모를 평가한 발언을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클룸을 두고 "안타깝게도 이제는 10점 만점에 10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해에는 여성 정치인의 외모를 겨냥한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로이터의 2015년 9월10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공화당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칼리 피오리나를 향해 "저 얼굴을 보라. 누가 저 얼굴에 투표하겠느냐"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미국 음악·문화 전문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외모가 아닌 피오리나의 인물됨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오리나는 당시 대선 토론에서 "미국 전역의 여성들이 트럼프의 발언을 분명히 들었다"고 응수했다.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의 체중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16년 9월27일 트럼프 대통령이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인 알리시아 마차도의 체중 증가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고 보도했다. 마차도는 트럼프가 자신을 '미스 피기(Miss Piggy·돼지 아가씨)'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마차도가 미스 유니버스 우승 이후 체중이 크게 늘었으며, 이것이 대회 관계자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해당 논란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를 둘러싼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비슷한 논란은 이어졌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ABC뉴스의 2017년 7월1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배우자 브리지트 마크롱을 만나 "정말 몸매가 좋으시군요"라고 말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에게도 배우자의 몸매에 관한 말을 반복한 뒤 브리지트 마크롱을 향해 "아름답다"고 전했다.
해당 장면은 프랑스 정부가 공개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국가 정상 간 공식 외교 일정에서 상대국 대통령 배우자의 외모와 신체를 평가한 발언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