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이 정치권 논란 속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가운데,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상영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싱가포르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제 측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철회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2026년 9월8일 영화 '암살자(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허진호 감독, 배우 유해진, 배우 박해일, 배우 이민호. ⓒ연합뉴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전산자료를 보면 '암살자(들)'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누적 관객 수 330만6283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후 30일 만에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약 33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손익분기점은 순제작비 160억 원과 마케팅·홍보비 30억 원을 합한 총제작비 190억 원을 바탕으로 산출됐다. 해외 판매 수익과 국내 부가판권 수익 등을 반영한 추정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개봉 이후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쟁과 관객들의 엇갈린 평가가 이어지면서 흥행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극장가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긴 데 이어 해외 영화제에서도 잇따라 관객을 모으면서 상업적 성과와 국제적 관심을 함께 확인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제 관객상 러너업에 선정된 데 이어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지난 21일 개막식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22일 열린 첫 번째에 이어서 두 번째 상영에서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소속 국회의원 109명 전원 명의로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에 서한을 보내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영화제는 다음 날 성명을 내고 해당 작품이 "예술적 가치와 현대 아시아 영화에 대한 기여도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선정 절차를 거쳐 선택됐다"며 예정대로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부준펑(Boo Junfeng)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위원장은 개막식에서 한국의 한 단체로부터 상영 취소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대량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상영을 지지하는 메시지도 다수 접수됐다고 전했다.
부 위원장은 "영화제는 제기된 다양한 주장을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이 작품을 역사적 사건에 대한 예술적 해석으로 바라보고 창작자들의 비전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하기로 한 결정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상영 취소 요구가 제기된 상황에서도 영화제에 참석한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에게 감사를 전하며 작품을 검열 없이 상영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부 위원장은 "우리 영화제에는 무삭제 상영 원칙이 있다. 검열된 작품은 상영하지 않는다"며 "영화는 창작자가 의도한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돼야 하며, 그 비전을 어떤 것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압박 속에서 원칙을 지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 영화제의 본성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도 상영 후 무대에 올라 영화제 측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영화제에서 예술의 자유와 영화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신 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영화제의 이번 결정이 저를 비롯해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