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중국 기업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현지 생산 역량과 공급망 안정성을 갖춘 배터리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삼성SDI에는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새로운 기회가 열린 셈이다.
삼성SDI는 비중국계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미국 현지 생산 기반과 고용량·고안전성 기술을 더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 전문기업과 추가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현지 사업 확대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미국의 정책 강화로 중국산 배터리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삼성SDI는 기술력과 현지 생산을 앞세워 수주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계약을 발판으로 추가 고객사를 확보하고 북미 ESS 시장에서 성장의 기틀을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SDI 미주법인이 미국 에너지 전문기업 알파오메가파워(AOP)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공급계약을 맺었다. 사진은 삼성SDI의 일체형 ESS 솔루션 'SBB(삼성배터리박스) 1.7'. ⓒ삼성SDI
삼성SDI는 26일 미주법인 삼성SDI아메리카가 미국의 에너지 전문기업 알파오메가파워(AOP)와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일체형 배터리 제품인 ESS 솔루션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계약한 1차 물량까지 포함하면 AOP와 모두 1.5GWh 규모의 ESS 배터리 사업 협력을 진행하게 됐다. AOP는 삼성SDI로부터 공급받은 ESS 솔루션을 내년 텍사스주에서 착공하는 대규모 전력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성SDI가 공급하게 될 제품은 삼원계(NCA) 배터리가 탑재된 일체형 ESS 솔루션 ‘SBB(삼성배터리박스) 1.7’이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AOP에 올해 안에 공급한다.
고용량 하이니켈 NCA 소재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삼성SDI의 이번 솔루션은 기존 제품(SSB 1.5)과 크기는 20ft(피트)로 같지만 에너지 밀도가 17% 높다.
또 삼성SDI는 이번 솔루션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사전 이상 진단 및 수명 예측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ESS 배터리 설계 노하우를 집약하기 위해 노력했다.
삼성SDI는 이번 솔루션의 안전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솔루션은 미국소방협회의 화재안전 설치 표준과 ESS 관련 안전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삼성SDI가 독자 개발한 모듈내장형직분사(EDI) 기술도 적용됐다. EDI는 솔루션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셀을 포함하는 모듈에 소화약제를 분사해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삼성SDI는 북미에서 유일한 비중국계 각형 ESS 배터리 기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추가 수주를 따낼 큰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탈중국’ 규제를 강화하면서 현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따라 중국 등 금지외국단체(PFE)로부터 조달한 비용이 생산원가의 일정 수준을 넘으면 최종적으로 미국에서 생산된 ESS 제품이라도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주지 않는다.
또 미국은 올해 7월부터 중국산 배터리에 최대 40.9%에 이르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삼성SDI는 현지 고객들과 지속적으로 공급계약을 협의하고 있어 조만간 추가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브리스 허드리 삼성SDI미주법인 ESS팀장 부사장은 “AOP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독립 전력 생산 기업 가운데 하나”라며 “삼성SDI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현지 생산으로 북미 ESS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