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대 쪽방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다. 2021년 2월 정부가 이곳을 공공주택 단지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지 5년여 만이다.
애초 정부가 내건 입주 목표 시점은 올해였다. 이번에 다시 잡은 목표는 2032년이다.
토지 소유자들의 반대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정부가 분양권 양도세 감면 등으로 보상 조건을 손보겠다고 나섰지만, 민간 개발로 돌려 달라는 요구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서울 최대 쪽방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다. 2025년 4월2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2025 홈리스주거팀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의 조속한 쪽방촌 공공주택개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를 10월21일부터 공공주택지구로 지정·고시하고 공공주택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맡아 공공임대 1천 가구와 공공분양 1150가구 등 모두 2150가구를 짓는다. 국토부의 목표는 지구계획을 세우고 보상과 이주를 마친 뒤 2029년 공사에 들어가 2032년 준공·입주하는 것이다.
서울역과 맞붙은 데다 업무·상업시설이 몰린 입지다. 국토부는 주택 공급과 함께 이 일대를 고밀 복합 공간으로 바꾸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기존 쪽방 주민에게 우선 공급된다. 전용면적 21㎡ 이상에 부엌과 욕실·화장실, 냉난방 설비를 가구마다 갖춘 주택이다. 공사 기간에는 쪽방 주민에게 임시 거주시설을 제공하고 이주에서 재정착 과정을 지원한다.
동자동 사업이 처음 공개된 건 2021년 2월5일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용산구가 함께 내놓은 당시 계획은 공공임대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분양 960가구 등 2410가구 규모였다. 그해 말 지구를 지정하고 2023년 착공한다는 일정도 함께 나왔다.
그러나 일정은 첫발부터 막혔다.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강제수용 방식과 보상 수준에 반발했다. 소유주 대부분이 사업지 밖에 살며 세를 놓아 온 터라 현금 청산 대신 아파트 분양권을 달라는 요구가 컸다.
갈등은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4월 국토부가 동자동에서 연 주민간담회에서도 민간 개발을 요구하는 측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사이 쪽방 주민은 크게 줄었다. 사업 발표 무렵 1천 명을 넘던 거주민 가운데 사망과 이주 등으로 지금은 800명 안팎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민간 참여를 넓히고 보상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9월4일 관련 지침을 고쳐 민간 건설사도 공공주택사업에 공동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사업 관리는 공공이 맡고 시공은 민간의 전문성을 빌리는 구조다.
토지주 세제 혜택도 늘린다. 현물보상으로 받은 분양권 1개만 가진 1가구가 이를 팔면 양도가액 12억 원 이하분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12억 원을 넘는 부분에는 최대 80%의 장기거주특별공제를 적용한다.
분담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소유주를 위한 '이익공유형 주택'도 11월부터 도입된다. 소유주가 사업자와 협의해 일반 현물보상 분양가의 50~80% 수준에 주택을 받는 방식이다.
이재평 국토부 주택공급정책관은 "이번 지구 지정을 통해 동자동 사업이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들어서게 된 만큼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쪽방 거주민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지원하고, 주민 협의체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면서 관계 기관과 협력하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