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성 현대위아 대표이사가 취임 1년여 만에 핵심 수익원을 내주고 회사 수익 구조를 바꾼다. 방산사업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로템에 넘기고 열관리·로봇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짠다.
방산은 매출 비중은 작아도 전체 이익의 5분의1을 벌어 온 사업이다. 그 빈자리를 채울 열관리·로봇은 아직 방산과 엇비슷한 매출에 머물러 있다. 현대위아는 이를 2035년까지 10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신사업이 자랄 때까지 버팀목이 될 차량부품은 영업이익률이 1%대에 그친다. 노동조합(노조)의 반대 속에 권 대표는 11월 임시주주총회라는 첫 관문부터 넘어야 한다.
권오성 현대위아 대표이사가 취임 1년여 만에 핵심 수익원을 내주고 회사 수익 구조를 바꾼다. 사진은 권 대표가 2025년 9월23일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는 모습. ⓒ현대위아
10월20일 자동차부품 업계에 따르면 현대위아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K2 전차 주포와 K9 자주포 포신 등을 만드는 특수사업부를 현대로템에 3584억 원에 넘기는 영업양수도 계약을 의결했다. 같은 날 2035년까지의 중장기 성장 전략도 공개했다.
현대위아가 공시한 계획에 따르면 11월27일 임시주총 특별결의를 거쳐 2027년 3월31일 거래가 마무리된다.
이번 매각은 2025년 7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권 대표가 내린 첫 대규모 사업 매각 결정이다.
현대차 연구개발지원사업부장 출신인 권 대표는 취임 뒤 처음 연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 핵심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도록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위아는 매각 설명자료에서 특수사업(방산)을 "단기적으로 수익창출 사업이나, 중장기 관점에서 확대/역량집중이 아닌 비주력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성장성은 모빌리티에 못 미치는데, 사업을 이어가려면 규모에 비해 큰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대표가 내세워 온 투자 기조와 맞닿은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방산은 그동안 현대위아의 알짜 사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현대위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방산 매출은 2025년 3931억 원으로 전사 매출의 4.6%에 그쳤다. 그러나 신용평가사와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산 부문 영업이익(EBIT)은 400억 원에서 456억 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영업이익 2044억 원의 20% 가까이 차지한다.
매출 비중보다 이익 비중이 큰 것은 수익성 차이 때문이다. 지난해 방산 영업이익률은 10.2%에서 11.6% 수준으로 같은 해 차량부품 부문(2.0%)을 크게 웃돌았다. 차량부품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1.5%로 더 낮아졌다.
그럼에도 당장 방산 이익의 빈자리를 메울 곳으로는 열관리·로봇보다 기존 차량부품 사업이 꼽힌다.
한국기업평가는 19일 보고서에서 "방산 부문 양도로 단기적인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나, 차량부품 부문의 실적 개선을 통해 보완해 나갈 전망"이라며 "멕시코법인의 가동률이 2026년 하반기 하이브리드 엔진 생산을 계기로 개선되고, 슬로바키아법인의 본격적인 양산에 따른 실적 기여가 반영되면서 방산 부문 양도에 따른 이익 감소를 보완해 점진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위아는 2025년 8조4816억 원이던 매출을 2035년까지 14조8천억 원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열관리(TMS)가 2조7천억 원, 로보틱스 1조3천억 원 등 성장사업에서만 4조 원을 거둬 매출 비중을 27%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현재 열관리·로보틱스 매출은 4천억 원 수준이다. 이번에 넘기는 방산 매출과 비슷한 규모를 9년 안에 10배로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현대위아가 밝힌 2035년까지 누적 투자 계획은 전사 연구개발(R&D) 1조8천억 원, 글로벌 생산거점 1조 원, 신사업 9천억 원이다. 매각 대금은 이 계획의 10분의1 수준이다.
자금 여력은 넉넉한 편이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7월 공작기계 사업을 팔아 3374억 원을 확보했고, 올해 6월 말 현금성자산은 1조5213억 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연간 4천억 원 이상의 영업현금흐름과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투자 소요에 자체 대응 가능할 것"으로 봤다.
거래를 마무리하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도 있다.
매각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주식을 5만1811원에 사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청구액이 1400억 원을 넘으면 현대위아는 거래를 철회할 수 있다. NICE신용평가는 19일 보고서에서 이 조건을 두고 "거래종결 여부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현대위아 주가는 공시 당일인 19일 7.2% 오른 데 이어 20일에도 5만1800원에 장을 마쳐 매수청구 가격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매수청구 기간(11월27일~12월16일)에 주가가 이 가격을 밑돌면 청구에 나서는 주주가 늘어날 수 있다.
권 대표가 아직 풀지 못한 노사관계라는 숙제도 거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위아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이 9월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뒤 아직 협상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21일 임단협 승리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연다. 그동안 노조는 방산 매각에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