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성 세라젬 창업주 회장이 20여 년을 함께 일한 전문경영인 이경수 대표이사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로 했다. 경영권을 넘어 소유권까지 넘긴다는 의미에서 '물려주기로 했다'. 방법은 '입양'이다.
이환성 회장에겐 친자녀가 있다. 친자녀가 있는데도 전문경영인을 법적 자녀로 받아들여 기업을 넘겨주는, 지극히 '이례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는 2003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국내외 사업을 이끌며 경영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 뒤 창업주 이환성 회장의 양자로 입양돼 기업 승계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연합뉴스
20일 세라젬에 따르면 이환성 회장은 지난해 이경수 대표이사를 성인 양자로 입양한 데 이어 올해 보유 주식 가운데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했다. 입양 절차는 양측 가족의 협의와 합의를 거쳐 마무리됐다. 이 대표를 법적 가족으로 받아들여 상속 기반을 마련하고, 실제 지분까지 넘기면서 경영권을 넘어 소유권 승계에도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1961년생으로 딸이 한 명 있지만, 딸은 기업 경영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1978년생으로 이 회장보다 17세 어리다. 세라젬 측은 2~3년간 승계 문제를 고민한 끝에 입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친자녀가 아닌 전문경영인을 후계자로 선택하고, 법적 가족관계까지 형성해 소유권 승계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 대표가 후계자로 선택된 배경에는 20여 년 쌓은 경영 경험과 성과가 있다. 그는 2003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전략기획과 마케팅, 국내외 영업을 두루 경험했다. 해외 사업을 확대하던 시기에는 이 회장과 함께 현장을 다니며 경영을 익혔다. 2017년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직접 대리점을 운영했고, 이듬해 이 회장의 요청으로 국내 사업을 맡았다. 당시 규모가 크지 않았던 국내 사업은 이 대표가 경영을 맡은 뒤 수천억 원대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영역을 넓힌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 대표는 기존 척추 관리 의료기기 중심의 사업을 의료가전으로 확대했다. 제품 체험 공간과 카페를 결합한 '웰카페'도 도입했다. 세라젬은 2022년 이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주요 사업을 키우고 경영 수장에 오른 인물이 창업주의 법적 자녀이자 상속인으로까지 인정받은 것이다.
다만 양자 입양과 지분 증여만으로 소유권 승계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공시 기준 세라젬 지분 60.5%를 보유했다. 이 대표에게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했지만, 이 회장에게 상당한 지분이 남아 있다. 앞으로 남은 지분을 어떻게 이전할지가 과제다. 이 대표가 창업주 일가 출신이 아닌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남은 지분을 직접 매입하려면 상당한 자금도 필요하다.
양자 입양은 상속을 통해 지분을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된다. 민법상 양자는 입양된 때부터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갖는다. 이 대표는 이에 따라 이 회장의 법적 상속인으로서 향후 상속에 참여할 수 있다. 당장의 지분 증여뿐 아니라 장기적인 소유권 이전까지 고려한 선택인 셈이다.
세라젬은 이번 입양이 경영 연속성과 지배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업승계 관련 세제 혜택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현재 규모에서는 관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했으며, 세제 혜택과 관계없이 입양을 결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