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화오션 이사회가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을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추천하는 이유 가운데 핵심으로 내세운 대목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2조 원이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잔고도 연간 매출의 3배 이상인 48조 원가량을 확보했다. 현재 실적이나 수주곳간의 규모를 봤을 때 앞으로 수년 동안 꾸준한 성적을 낼 만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한화오션 안팎의 최근 흐름을 짚어보면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의 실적은 좋지만 상선 부문에서 핵심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해양플랜트(에너지플랜트 부문)와 함정(특수선 부문) 사업은 여전히 수주를 향한 기대감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이 상선 부문에서는 전체 일감 확대보다 선종별로 ‘선택과 집중’하고, 해양플랜트와 함정 사업에서는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의 빠른 수주에 전력투구하는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한화오션의 분기 실적이 이전 최고치를 뚫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김 사장 임기의 성패는 단순히 안정적 실적과 수주보다는 LNG운반선 비중 확대와 해양·함정 분야의 돌파구 마련처럼 이사회가 기대하고 있는 세밀함을 살리는 데 달린 것으로 보인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영업이익 신기록 전망을 뒤로 하고 상선 부문과 에너지플랜트 부문, 특수선 부문의 '현미경 경영'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27일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화오션은 그간 이어지던 영업이익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한화오션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는 5415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늘어난 수치지만 2분기 거뒀던 7361억 원보다는 26% 후퇴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4분기 2475억 원, 올해 1분기 4411억 원에 이어 7천억 원 이상으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실적발표를 앞두고 한화오션 3분기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증권사들은 한화오션이 현재 시장 기대치보다 더 낮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본격적 실적발표 시즌에 접어든 지난주부터 한화오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천억 원 안팎으로 하락했다. 15일 IBK투자증권은 4726억 원까지 추정치를 낮춰 잡았다.
한화오션은 올해 영업이익 2조2천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을 포함해도 처음으로 2조 원 문턱을 넘으며 역대 최대 기록을 쓰는 것이다. 다만 3분기를 포함해 앞으로 분기 실적 전망치를 보면 앞선 2분기 고점을 찍고 영업이익 5천억 원 안팎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024년 10월 한화오션 대표에 오른 김희철 사장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하며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김 사장의 임기 첫해 성과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쓸 뿐 아니라 수주잔고도 사상 최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3분기 말 인도기준으로 수주잔고 262억2천만 달러(약 48조 원)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김 사장에게는 상선 부문 호조에 힘입은 실적 개선과 전체 수주 규모 확대에 안주하지 않고 세밀한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시돼 있다. 선종별 전략을 통해 수주잔고의 질을 높이고 당장의 고정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접근이 필수인 것이다.
특히 상선 부문의 중장기 호조를 이어가기 위해 LNG운반선의 비중을 높이는 일, 해양플랜트와 함정 분야의 일감 절벽을 해소할 신규 일감을 확보해 활로를 모색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업별로 ‘현미경 경영’을 하는 것은 한화오션 이사회가 김 사장에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편입된 2023년 5월 이후 3년 이상이 흐른 만큼 본격적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해야 할 시점으로 여겨진다. 김 사장은 두 번째 임기에 사업별 여건을 고려해 정밀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오션 이사회는 올해 3월 김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하며 “미래 전략방향 제시 및 사업 전반의 디테일한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경영 전반을 총괄해 기업가치 제고에 힘써왔다”며 “앞으로도 경영자로서 장기적 안목과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상선 부문은 사실상 한화오션 전체 영업이익을 홀로 책임지고 있는데 앞으로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상선 부문에서 1척당 선박 가격이 높고 수익성이 가장 우수한 LNG운반선의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1~3분기 LNG운반선을 8척 수주한 반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18척, 컨테이너선과 암모니아·액화선유가스(LPG)운반선은 각각 6척씩 확보했다. 연간 상선 부문 전체 수주에서 LNG운반선 일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50%에서 지난해 26%, 올해 21%로 낮아지고 있다.
이에 매출에서 LNG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상반기 70%가량에서 내년 하반기에는 40%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19일 한화오션 분석보고서에서 “아직 남아 있는 2029년 인도물 선박 건조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LNG운반선의 추가 수주가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올해는 VLCC를 중심으로 수주잔고를 채운 만큼 향후 실적 성장 폭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해양플랜트와 함정 사업은 지속해서 한화오션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 올해 신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정비 지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한화오션 해양플랜트 사업의 에너지플랜트 부문과 함정 분야의 특수선 부문은 3분기에 동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으로 보면 에너지플랜트 부문은 올해 1천억 원대, 특수선 부문은 100억 원대 영업손실이 점쳐진다.
김 사장은 올해 4조 원 규모의 서아프리카 나미비아 비너스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수주를 통해 한화오션 에너지플랜트 부문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 사업은 나미비아공화국 남부 해안에서 원유를 처리 및 저장해 선박으로 하역하는 설비를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한화오션이 나미비아 비너스 FPSO를 수주하게 되면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21년 따낸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FPSO 이후 5년 만에 대형 해양플랜트 설비를 수주하게 되는 것이다.
특수선 부문에서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아픔을 딛고 9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태국 4천 톤급 호위함 사업의 본계약 체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태국 해군 호위함 1척 건조 및 통합 군수지원에 나서는 프로젝트로 모두 6800억 원 규모다. 현재 본계약 과정의 세부 심사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오션은 태국 호위함 사업의 후속 발주물량을 포함해 글로벌 5~6개국과 함정 사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수주를 통해 빈 도크(선박 건조시설)를 채우는 것이 특수선 부문 반등의 핵심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