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 답변까지 준비해 주는 시대가 됐다. 구직자는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력과 역량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지원자의 실제 업무 능력과 조직 적응력을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AI를 활용한 신원 위조로 채용절차를 통과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2024년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 노비포(KnowBe4)는 네 차례의 화상 면접과 신원조회를 거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그러나 이후 이 인물이 다른 사람의 신원을 도용하고 사진까지 AI로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간 '제3의 면접, 평판조회'는 AI 시대에 이력서와 면접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검증하는 평판조회의 중요성과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 세이코리아
이력서와 면접만으로 인재를 검증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원자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평가를 확인하는 '평판조회'가 채용 과정의 중요한 절차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헤드헌팅 기업 커리어케어의 인재검증 전문조직 C·LENS 센터가 펴낸 신간 '제3의 면접, 평판조회'는 이러한 채용 환경의 변화와 인재 검증의 중요성을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는 잘못된 채용이 기업에 얼마나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한 기업은 명문대 박사 학위와 경쟁사 조직 운영 경력을 갖춘 인물을 신설 연구소 책임자로 영입했다. 면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취임 석 달 만에 핵심 연구인력들이 잇따라 퇴사했다.
뒤늦게 확인한 전 직장 동료들의 평가는 면접에서 받은 인상과 크게 달랐다. 결국 신제품 출시 계획까지 무산됐다.
또 다른 스타트업은 대기업에서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을 이끌었다는 경력자를 영입했지만, 정작 독자적으로 기획을 수행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과거 성과가 개인의 역량보다 대기업의 조직과 자원에 크게 의존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서류에 기재된 경력과 면접에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는 지원자의 실제 업무 수행 방식과 협업 능력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를 보완하는 수단이 평판조회다. 지원자와 함께 일한 상사와 동료 등을 통해 업무 역량과 리더십, 협업 방식 등을 다각도로 확인하는 절차다.
저자들은 평판조회를 단순히 지원자의 결점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과거 업무 경험을 입체적으로 파악해 지원자와 기업 사이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채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평판조회가 필요한 이유부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방법, 임원급과 해외 인재 검증, 평판조회 보고서의 해석과 활용까지 15개 질문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특히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상반된 평가가 나왔을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평판조회 과정에서 법적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 실무적인 문제도 다룬다.
커리어케어 C·LENS 센터는 약 10년간 축적한 인재 검증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다.
저자들은 평판조회가 채용을 위한 추가 비용이 아니라 잘못된 채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예방하는 투자라고 설명한다. AI가 지원자의 겉모습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주는 시대일수록, 실제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경험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