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의 비무장지대(DMZ) 관련 발언이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브런슨 사령관이 대한민국의 영토 범위를 남방한계선 이남으로 한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 군 당국도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미국 측 역시 우리 정부 측에 한국의 우려와 의견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이 19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은 19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에 대한 민홍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브런슨 사령관은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세미나에서 "유엔군사령부의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그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된다"고 발언했다. 이에 우리나라의 영토 주권을 침해한 발언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 침해 논란으로 번진 것은 유엔군사령부의 군사적 관리 권한과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동일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남쪽 철책선을 대한민국의 시작점으로 표현한 것은 우리 헌법이 규정한 영토 범위와 배치된다.
논란이 확산하자 유엔사도 "대한민국의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선을 넘은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선원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영토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왜 주한미군사령관이 정하느냐"라며 "참으로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군사분계선도, 남방 한계선도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결정하는 국경선이 아니다"라며 "브런슨 사령관 본인이 해당 표현을 바로잡고 대한민국 국민께 분명하게 설명하고 사과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방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이런 얘기는 아주 부적절하기 때문에 제가 강하게 얘기했고, 이것은 반드시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최근 브런슨 사령관이 미국 방문 기간 동안 내놓은 발언과 관련해 미 전쟁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이와 관련한 미국 측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우리 정부의 우려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우리 정부의 우려를 받아들인 것으로 볼 때 한반도 영토에 대한 브런슨 사령관의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연합사 사령관이 지난 9월23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5월에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관해 "그들(중국) 눈에는 아시아의 심장부에 꽂힌 단검 같은 존재인 한국이 보인다"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잇따른 발언을 단순한 말실수로만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논란이 된 브란슨 사령관 발언의 공통점은 한반도를 대한민국의 주권과 독자적인 국가적 관점에서 설명하기보다, 주변 강대국의 군사적 이해관계와 미국의 안보 전략이라는 틀에서 바라봤다는 점이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도 브런슨 사령관은 최근 전작권 전환 여건이 달라졌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우리 국방부는 전환 조건 자체가 변경된 것은 아니라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미국 내부에서 한반도를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적 거점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질수록 한국의 주권과 독자적인 안보 판단을 존중하는 원칙 역시 더욱 분명하게 확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립외교원장 출신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어 "브런슨의 입은 막고 우리 정부가 입을 열라"며 "지금부터 각을 세우지 않으면 그들의 주도권에 말려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브런슨 사령관에게 합의 없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다니는 데에 유감 표명과 경고를 하고, 조속히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날짜를 협의해 정식으로 마련된 석상에서 논의할 것을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