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도로 위 자동차의 운전대를 인공지능(AI)에 맡기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었다면 HD현대는 그 무대를 바다로 넓히고 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항로를 결정하는 자율운항 기술을 앞세워 ‘바다 위 테슬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HD현대가 겨냥하는 곳은 자율운항 상선에 그치지 않는다. 무인수상함이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돌발 상황까지 스스로 판단해 대응하는 기술을 고도화해 미국 군함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이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듯 바다에서도 무인화 기술이 조선·방산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박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사람의 지시 없이도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미래 함정 시장의 승부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는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과의 협력을 발판으로 무인수상함 기술의 실전 적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선다. 조선업의 제조 역량에 AI 기반 자율화 기술을 결합해 바다 위 자율운항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서 진행된 '무인수상함 시연회'에서 HD현대와 안두릴이 공동 개발한 무인자율화 솔루션이 탑재된 무인수상함 시험선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HD현대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 앞바다에서 안두릴과 함께 무인수상함 자율운항 공동 시연회를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HD현대와 안두릴은 이번 시연회에서 자율항해, 임무 변경, 편대 운항, 기관 고장 때 비상조치 등 여러 해상 상황을 구현해 무인수상함의 기술 역량을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 3시간30분가량 진행된 이번 시연회는 전체 과정이 육상 관제소를 통해 중계됐다.
이번 시연회에서 활용된 선박은 미 해군이 운용하던 368톤급 대형 무인수상 시험선을 개조한 것이다. 이 선박에는 HD현대그룹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함정 자율화 토탈 솔루션(브이에이원)과 안두릴의 임무 자율화 솔루션이 탑재됐다.
HD한국조선해양의 브이에이원(VAone)은 최고·유일의 자율함운용(Vessel Autonomy No.1 & Only 1)의 약자다.
이 기술은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가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프라임’을 기반으로 한다. 함정의 이상 여부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대응하는 기관 자율 시스템과 함정의 손상을 파악해 스스로 조치하는 손상 자율 시스템을 모두 갖춘 무인 운항 솔루션이다.
HD현대는 HD한국조선해양의 브이에이원과 이미 실전 환경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 안두릴의 솔루션을 결합해 이번 시연회에서 무인 복합 임무의 핵심을 모두 구현한 완전 무인수상함의 역량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실전 상황에서 무인수상함이 연속적으로 스스로 판단해 대응하는 ‘실전형 무인 복합 임무’를 수행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뒀다.
HD현대는 안두릴과 손잡고 미국 무인수상함 사업뿐 아니라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글로벌 무인수상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장광필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 부사장은 “이번 시연회를 통해 출항 뒤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실전 상황의 대응력을 갖춘 무인수상함의 능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무인수상함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개발 및 고도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