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백악관 대변인으로 발탁한 케이티 재커라이어의 변호사 경력이 미국 언론의 집요한 검증 끝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50개 주의 변호사 등록 기록을 뒤지고 결혼 전 이름까지 추적한 데 이어, 중국 로펌 근무 경력과 변호사시험 결과까지 확인하면서 당사자가 내세웠던 법률 전문가 이력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케이티 재커라이어 미국 백악관 신임 대변인. ⓒ AP통신=연합뉴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 외신과 독립 탐사매체 퍼퓰러 인포메이션(Popular Information)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논란은 한 언론인의 문제 제기에서 출발해 주요 언론의 후속 취재로 사실관계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50개 주 명부 뒤지고 결혼 전 이름까지 추적
논란의 출발점은 10월13일 미국 독립언론 퍼퓰러 인포메이션을 운영하는 저드 레검 기자의 보도였다. 레검 기자는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폭스뉴스와 CNN 등 방송에서 자신을 변호사로 소개해온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의 변호사 등록 기록을 조사했지만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과거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폭스뉴스에서만 최소 18차례 변호사로 소개된 방송 기록도 찾아냈다.
후속 취재에 나선 워싱턴포스트는 재커라이어 대변인의 결혼 전 성인 '블랙(Black)'까지 조사했다.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협회는 워싱턴포스트에 '케이트 샤론 재커라이어'와 '케이트 샤론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변호사 기록이 없다고 확인했다.
영국 가디언도 공개 명부를 확인할 수 있는 미국 38개 주와 워싱턴DC 등의 등록 기록을 별도로 조사했다. 서로 다른 언론의 검증이 이어지면서 단순한 의혹은 구체적인 자격 문제로 좁혀졌다.
변호사시험 불합격 사실까지 확인
취재는 변호사 등록 여부를 넘어 실제 시험결과로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2011년 페퍼다인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에 응시했으나 합격하지 못했다고 관련 사정을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ABC뉴스 역시 사정을 아는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불합격 사실을 확인했다.
재커라이어는 15일 보수성향 방송 리얼아메리카스보이스 인터뷰에서 시험에 응시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결과는 중국으로 이주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률대리인(attorney at law)이 아니라 법률 분석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변호사(lawye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로펌 경력도 검증대상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법률 전문가 경력의 근거로 내세운 중국 근무 이력에도 취재가 집중됐다.
그는 2011년부터 베이징의 대형 로펌 '중룬'에서 국제거래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중국에서 외국인이 중국 변호사 자격으로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뉴욕타임스가 취재한 중룬 로펌 관계자는 외국인 직원의 업무가 언어 지원 등 유급 인턴에 가까운 성격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WSJ이 접촉한 관계자는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국제거래 계약서 작성과 고객 소통 업무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실제 담당 업무의 범위를 놓고 설명이 엇갈리는 셈이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법학 학위를 취득하고 로펌에서 일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 변호사 자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을 변호사로 소개해온 경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 인사의 이력을 검증하기 위해 공개 기록과 과거 방송, 관계자 증언을 교차 확인한 미국 언론의 추적 취재가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