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대우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취임하자마자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문제를 떠안았다. 컨소시엄 대표사로서 증액 보장을 요구하는 참여사들과, 법을 고쳐야 증액이 가능하다는 정부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대우건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계약 전에 정부의 확약부터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장 없이 서명하면 늘어난 공사비 부담을 떠안을 수 있고, 보장을 기다리다 계약이 늦어지면 수주 목표와 외형 회복이 함께 미뤄질 수 있다.
착공 전에 확약을 받아내 두 부담을 한꺼번에 덜어내는 일이 대외협력통으로 꼽히는 이 대표의 경영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석 대우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취임하자마자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문제를 떠안았다. 사진은 이 대표가 10월2일 서울 중구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대우건설
10월16일 건설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문제를 풀 특별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부지조성공사 계약이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로 잡았던 예비계약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올해 말 예정된 착공 기념식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15일 보고서에서 "가덕도, 체코 원전 등 정부 협의 프로젝트는 2027년 이연 가능성도 있으나 장기 지연은 아닐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대우건설은 계약에 앞서 증액을 담보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10월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선 심철진 대우건설 토목사업본부장은 공사 기간과 공사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나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개정 방침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심 본부장은 "특별법 개정은 좀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고, 좀 불확실한 면이 있다"며 "계약 전 정부의 확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시공분 계약을 맺으면 곧바로 실시설계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법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계약부터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확약을 앞세우는 배경에는 계약 구조가 있다. 입찰이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넘어간 공사는 최초 입찰 때 정한 가격을 바꿀 수 없다.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도 계약을 맺은 뒤에야 가능하다. 입찰 공고 이후 중동전쟁 여파로 오른 원가를 계약 전에 반영할 근거가 마땅치 않은 셈이다.
정부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이나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홍지선 국토부교통부 장관은 국감에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규정이나 법령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국토부가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장관은 "사업비 변경 자체를 반대하는 정부 부처는 없다"며 증액 필요성 자체에는 정부도 공감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컨소시엄 대표사인 대우건설은 정부와 참여사들 사이의 조율도 맡아야 한다. 공동계약을 맺으려면 컨소시엄 참여사 19곳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컨소시엄은 국감 이튿날인 8일 긴급회의를 열어 증액을 보장받을 안전장치를 논의했다. 지역 건설사들은 문서로 된 안전장치 없이는 날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역할은 이 대표의 이력과 맞닿아 있다. 1996년 대우건설에 입사한 이 대표는 영업·관리·대외협력 업무를 거쳤고, 대외협력단장 시절 가덕도신공항의 실무와 대관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김보현 전 대표가 물러난 뒤 직무대행을 맡았고 10월2일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가덕도신공항 계약 시점은 대우건설의 외형 회복과도 맞물려 있다. 대우건설 매출은 지난해 8조54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 넘게 줄었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14일 보고서에서 "향후 가덕도 신공항의 수주 및 착공 시기에 따라 외형 성장이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연간 수주 목표에도 가덕도신공항이 걸려 있다. 대우건설은 8월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18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올렸다. 김도엽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0월16일 보고서에서 "3분기 말 누적 신규수주는 약 12조 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4분기에 기대되는 대형 수주 5건 가운데 하나로 가덕도신공항 기반공사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