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이후 '1호 감찰' 대상에 올랐음에도 김지용 신임 중수청장을 향한 직언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지용 청장에 대한 임명을 재가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이 16일 전남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청장은 16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지용 신임 중대범죄수사청장이 잘못하는 게 있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쓴소리와 고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랫사람으로서 보필한다는 말을 쓸 때 '필'은 잘못한 게 있다면 바로잡는다는 뜻이다"라며 상급자에게 직언하는 것 역시 자신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이어 "과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대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며 "어떤 분을 모시더라도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청장과의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시민이자 공직자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할 생각이다"라며 "지금까지 하던 대로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다"고 답했다.
자신이 중수청 첫 감찰 대상에 오른 데 대해서는 오히려 공직자의 표현의 자유와 권리·의무의 한계를 다시 짚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 청장은 관련 판례가 이미 축적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검찰 재직 시절에도 판례를 만들어왔던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임 청장은 5·18민주묘지에 앞서 광주공원 현충탑을 참배했다.
임 청장은 과거 검찰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새 수사기관의 출범을 다짐하기 위해 5·18민주묘지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5·18 당시 수사기관이 시민의 편에 섰다면 부당한 수사와 기소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고 인권과 적법 절차를 존중하는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명록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전진에 있어 광주가 그러하듯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기관의 이정표가 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번 갈등은 임 청장이 김 청장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행적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임 청장은 김 청장이 대검찰청 감찰1과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검사 성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 민원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를 주장한 전력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관계자들을 기소한 사건의 수사 지휘 라인에 있었던 점도 문제 삼았다. 해당 사건 피고인들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1일 엑스(X, 옛 트위터)에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감찰을 지시했다.
윤호중 장관은 다음 날인 12일 "직위를 이용한 정치 행동은 아닐지에 대해서 감찰을 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중수청은 이날 감찰 지시 공문을 접수하고 정식 절차에 착수했다.
김 청장 역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수사 간부의 인사 공개 비판은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부적절한 행위다"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발에도 김 청장의 임명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김 청장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함께 담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당일이다. 이로써 김 청장은 2일 출범한 중수청의 초대 수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한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임 청장에 대한 감찰 조치를 비판하며 지원에 나섰다. 박은정 의원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윤 장관의 감찰 지시를 "윤석열 정권도 하지 않았던 입틀막이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과거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임 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이번 김 청장의 청문회에서는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는 22일 공소청 국정감사에 임 청장을 참고인으로 추가 신청하고, 검찰개혁의 의미와 공소청이 나아갈 방향을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