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 변화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평가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골대’라는 비유로 응수해 눈길을 끌었다.
전작권 전환 조건을 둘러싼 쟁점에 구체적으로 답하기보다 질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골대'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을 내어 "국방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말한 뒤 개인 의견이라 발을 뺐다"며 "북한의 위협과 전장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기존 기준만 고집하는 것은 골대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정권의 시간표에 맞춰 안보의 눈금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은 전날(1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나왔다. 정 대변인은 한반도 여건이 변화해 전작권 전환 평가 기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개인 의견을 전제로 '조건'이 바뀌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정 대변인은 "한미가 합의한 COTP(전작권 전환 계획)에 근거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국방부에서 추가적으로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고 개인적인 자격으로 말씀드리겠다.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을 영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변인의 답변이 나오기까지 국방부 출입 기자와 질의응답을 주고 받은 과정을 보면 정책적 판단의 근거를 명확히 설명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자는 "지금 북한 미사일이 우리 탐지 자산으로는 파악하기도 힘든 현실이 돼버렸고,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수평 발사했다고 하는데 지금 '수직 발사'라고 하는 건 예전보다 심각한 위협이다"라며 "이런 요소들이 (전작권 전환) 변화돼야 할 요소는 아닌지 국방부의 평가를 말씀 부탁드린다"라고 물었다.
정 대변인은 한미 양국이 북한의 미사일과 핵 동향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넘어가려 했으나, 기자는 재차 북한의 미사일 발사 형태가 더 위협적으로 변한 만큼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전작권 전환 기준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게 아니냐며 국방부의 입장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정 대변인과 기자는 "질문을 이해했는지" 여부를 놓고 기싸움을 펼치기도 했다.
앞서 브런슨 사령관은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자신이 ′전작권 전환 찬성론자′라면서도 ″우리 중 누구도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안보 환경이 변화했고, 이 때문에 전작권 전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미는 당초 연말 개최 예정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의 '목표 연도'를 확정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미국 측의 기류가 바뀌면서 전작권 관련 합의가 연내 도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능력과 전장 환경이 달라졌다면 기존 전작권 전환 조건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재 어떤 기준으로 이를 판단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한미 간 이견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고, 기자가 질문한 의도였다.
한편 정 대변인은 브리핑 과정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자주 부딪혔다. 지난 6월 9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전쟁기념관이 중국의 한국전쟁 인식을 담은 '항미원조' 표현을 프로그램 홍보물에 사용한 문제를 두고 기자들과 설전이 벌어졌다. 당시 정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고, 기자가 추가 질문을 이어가자 같은 취지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그는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지뢰 도발 관련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기자에게 "난상 토론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난상 토론이 아니라 질문을 드리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정 대변인은 "충분히 설명드린 것 같아서 더 답변드릴 게 없을 것 같다"며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정 대변인과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충돌이 담긴 영상에는 정 대변인의 태도를 지적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