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손해보험 사업을 키우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로 출범한 신한EZ손해보험의 독자 육성에서 나아가, 롯데손해보험의 고객과 영업 기반을 확보해 두 회사를 통합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신한EZ손보는 상품 개발과 보험금 지급 등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판매 채널도 확대해왔지만, 출범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디지털 기반을 구축하는 작업은 진행됐으나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수익 규모를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번 인수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디지털 전략에 기존 보험사의 사업 기반을 결합한다는 점이다. 신한EZ손보를 키우기 위해 앞으로 투입할 예정이던 자본도 통합 손보사 육성에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 회장은 이를 통해 손해보험 사업의 성장을 앞당기려 하고 있다. 다만 롯데손보 역시 올해 상반기 순손실을 낸 만큼, 인수 이후 영업 기반을 확대하는 일과 수익성·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일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그룹의 손해보험 사업을 키우는 방식을 바꿨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신한EZ에 투입할 자본을 통합 손보사로, 독자 육성에서 인수·통합으로 방향 전환
19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롯데손보 인수 이후 신한EZ손보와의 통합을 추진하고, 추가 자본을 투입해 사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13일 JKL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빅튜라가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금융당국 승인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잔여 지분도 확보할 예정이다.
특기할 만한 대목은 손해보험 사업에 자본을 배분하는 방식의 변화다.
신한금융그룹은 13일 열린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5년 동안 신한EZ손해보험에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됐던 약 3천억 원의 자금을 통합 손해보험사에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EZ손보의 독자 성장에 쓸 예정이던 자금을 롯데손보와의 통합 이후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그룹 전체의 자본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향과도 연결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인수를 외부 자금 조달 없이 그룹이 보유한 자본을 재배치해 추진하고, 기존 주주환원 정책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통합 효과와 단계적인 정상화를 통해 이익 기반이 확대되면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자본효율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업무 시스템에 쌓은 디지털 역량, EZ손보 지속되는 적자 롯데손보 기반 더해 풀어낸다
신한금융그룹은 2022년 7월 신한EZ손보를 출범시키며 디지털 손해보험 사업을 본격화했다. 일상생활의 위험을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룹 계열사·외부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보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방향이었다.
신한EZ손보는 2024년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시스템 '이지원'을 도입했다. 상품 개발과 계약 관리, 입출금, 보험회계 등 주요 업무를 연결하고 보험 가입설계부터 청약·심사·지급에 이르는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작업이었다.
상품의 기준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업무별로 흩어져 있던 고객 정보를 통합해 관리하는 기능도 마련했다. 고객이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모바일 채널과 설계사가 사용하는 영업 시스템도 함께 개선했다.
신한EZ손보가 추진한 디지털 전략에는 고객에게 보험을 판매하는 접점뿐 아니라 보험사를 운영하는 업무 체계를 바꾸는 작업도 포함돼 있었던 셈이다.
상품과 판매 채널을 넓히려는 시도도 이미 진행됐다. 신한EZ손보는 2023년 1월 운전자보험을 출시하며 장기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인 토스인슈어런스와 제휴해 토스 앱에 보험상품을 입점시키고, 설계사를 통한 상담·판매 연계를 추진했다.
문제는 디지털 손해보험 사업을 키우기 위한 이러한 노력에도 여전히 신한EZ손보가 독자적 흑자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한EZ손보의 순손실은 2024년 174억 원에서 지난해 323억 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18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진 회장은 지금까지 쌓아놓은 신한EZ손보의 디지털 역량에 기존 보험사의 고객과 계약을 더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는 약 334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보험계약마진(CSM)은 약 2조2천억 원이다. CSM은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향후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익으로 인식할 금액을 나타낸다.
신한금융지주가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하게 된 것은 이러한 장기보장성보험 중심의 계약과 영업 기반이다. 여기에 그룹의 판매 채널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 통합 대상 두 회사 모두 순손실 기록 중, 수익성 개선은 통합의 과제인 동시에 목표
진 회장이 구상한 전략을 실행하려면 두 회사의 영업과 운영 체계를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한EZ손보는 상품 개발과 고객 관리, 설계사 업무에 활용할 디지털 체계를 구축해왔다. 롯데손보는 장기간 축적한 보험계약과 고객 기반을 갖고 있다. 이들 자원을 통합 회사의 상품 판매와 계약 관리에 어떻게 활용할지가 인수 이후 사업계획의 주요 내용이 된다.
다만 현재 공개된 것은 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롯데손보의 사업 기반에 결합한다는 방향 정도다. 신한EZ손보의 개별 시스템을 통합 회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등 구체적 운영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수익성 회복도 병행해야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올해 상반기 보험손익에서 537억 원의 흑자를 냈지만, 투자손익이 악화하면서 최종적으로 18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EZ손보와의 통합은 두 회사의 영업 기반을 합치는 작업과 함께 각각의 손익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무건전성 개선은 특히 시급한 과제다. 롯데손보의 올해 6월 말 잠정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은 -5.4%로,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기본자본 K-ICS 비율 규제를 시행하는 만큼 신한금융은 통합 이후 수익성 회복과 함께 손실흡수 능력을 갖춘 기본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신한금융지주는 통합으로 중복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중심으로 운영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롯데손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뒤에는 자본구조도 개선해 내년 도입되는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에 대비할 계획도 세워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