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공개로 국무위원들의 발언이 위축된다는 주장을 '거짓말'로 규정하며, 자신은 반대 의견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무위원들이 느끼는 긴장감을 국무총리도 일부 인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공개 방식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반박하면서, 대통령 자신의 판단을 견제할 '레드팀'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국무위원들의 발언 위축' 언론 보도를 거듭 반박하면서 국무회의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일로 예정된 국무회의는 공개회의의 부작용을 지적한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다.
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엑스에 국무위원들의 반론을 수용한 사례를 소개한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경향TV' 영상을 공유하며 "국민들께서는 다 환영하는 국무회의 일부 공개를 '공개회의라 국무위원들이 말을 못한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공개하지 마라고 압박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무위원은 물론 국무위원 아닌 청장, 위원장, 심지어 지자체장까지 할 말 다 한다"며 "국정에 대한 교감을 확대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참석자도 일부러 대폭 늘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저는 언제나 토론을 좋아하고 특히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을 존중한다"며 "조직 내에서는 레드팀 역할이 잘 작동해야 문제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무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판단에 대한 내부 견제 역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15일 한국일보 보도에서 시작됐다. 한국일보는 2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장관 초청 만찬에서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 생중계의 부작용을 논의하고, 생중계 범위를 줄여 달라는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생중계 도중 '그게 아닙니다'라고 반박하면 대통령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를 우려해 할 말이 있어도 생중계 때에는 참고 넘어가는 장관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와 농지 전수조사 등 대통령의 즉석 판단이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보도 다음 날인 16일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엑스에 "최소한 이 정부에서 대통령에게 해야 할 말을 못하는 국무위원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공개회의에서 발언하기 어려운 사안은 이어지는 비공개회의에서 논의하거나 개별적으로 연락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무회의 공개를 통해 국무위원들의 말을 막고 있다는 허위주장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국무회의를 전부 비공개하자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성숙 국무총리(왼쪽)가 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성숙 총리 역시 같은 날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다만 한 총리는 "당시 일부 국무위원이 국무회의에서의 긴장감 등 소회를 밝히기는 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할까 봐 발언에 긴장하는 측면은 있지만, 이러한 과정이 업무에 대한 몰입과 책임감을 높여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위원들이 실제로 생중계 축소를 건의했는지를 놓고 언론 보도와 정부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지만, 공개회의에서 일부 국무위원이 긴장감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는 총리의 설명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에게 할 말을 다 한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공개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반론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회의 운영 방식을 조정할 필요는 없는지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전날 허은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과 엑스에서 주고받은 글을 통해 '쓴소리하는 참모'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허은아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관련 글에 "저 역시 대통령께서 듣기에 불편하실 수도 있는 의견을 말씀드리는 경우가 있다"라며 특히 중도·보수층의 시각과 우려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 줬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엑스(X, 옛 트위터)에 허은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칭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X, 옛 트위터)
이에 이 대통령은 허 비서관을 두고 "필요한 얘기를 적절하게 잘하는 훌륭한 참모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상관에게 필요하지만 불편할 수 있는 얘기를 자기손실을 감수하고 하는 참모가 진짜 참모다"라며 "필요한 얘기인데 자기보신을 위해 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허 비서관이 중도·보수층의 시각을 전달하고, 대통령이 이를 경청한다는 사실만으로 국정운영 전반에서 '쓴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양한 정치적 입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것과 대통령 자신의 판단을 검증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수정하도록 이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영상처럼 실제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반론을 수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다만 이들 사례는 개별 정책이나 행정적 판단에 관한 것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결정한 국무회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참모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그 의견이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는 아니다.
청와대와 내각이 '레드팀' 구실을 하는지도 의문을 낳고 있다. 레드팀은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류와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기존 판단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의견 수렴과 구별된다.
특히 이번 논란은 국무회의 공개라는 대통령 자신의 운영 방침을 둘러싸고 불거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개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반론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거짓말'로 규정하며 기존 운영 방식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이런 대응이 국무위원들의 추가적 문제 제기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여기에 최근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쓴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임명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두고 이 대통령은 본인이 '진압'에 앞장섰다. 검찰개혁을 원하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두고 '극단주의'를 운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