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자사 주식 일부를 공익 기금에 출연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한편, 인공지능(AI)를 불신하는 미국 국민의 호응을 얻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이 AI를 불신하는 이유가 기술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AI 기업에 대한 불신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AI가 꼭 필요한 기술인지에 대한 의문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이번 기금 조성이 AI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사람들이 2026년 9월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네 센터에서 열린 '드림포스 2026' 행사에서 앤트로픽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앤트로픽은 18일(현지 시각) 자사 블로그를 통해 "자사 주식 일부를 전액 출자해 설립한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앤트로픽 공익 기금에 기부하기로 했다"며 "우선 앤트로픽 주식의 5%를 기부하고,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기금이 보유한 지분을 늘려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가치가 사전에 정한 기준보다 50% 높아질 때마다 주식을 추가로 2%씩 기부할 것이다"며 "기존 비영리단체에 대규모 기부를 하거나 특정 인구 집단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 설립 당시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공동 창립자들은 보유 지분의 80%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앤트로픽은 설립 이후 직원들이 지분 기부를 약속하면 회사도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매칭 기금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현재 직원의 약 절반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기존 기부 프로그램까지 고려하면 이번 발표를 통해 앤트로픽 주식의 약 20%가 공익을 위해 활용될 것이다"며 "회사가 특정 기업가치 목표를 달성하면 공익 기금이 보유한 지분도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앤트로픽의 이번 발표가 11월 IPO를 앞두고 AI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미국 여론을 바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가치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공익 기금 지분을 늘려 투자자들에게 사회 환원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하게 유도하게끔 구조를 짰다는 것이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앤트로픽 관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앤트로픽의 투자자 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약 1조5천억 달러(약 1994조 원)로 평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앞서 예상했던 약 2조 달러(약 2666조 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기업가치 평가가 낮아진 이유로 앤트로픽의 3분기 성장세 둔화를 꼽았다. 앤트로픽의 3분기 매출은 2분기보다 45% 증가한 168억 달러(약 22조 원)를 기록했으며, 조정 기준으로도 흑자를 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기 성장세가 둔화해 일부 투자자들이 실망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그러나 이 시도가 실제로 미국인들의 호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미국 성인 32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7월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기업들이 AI를 책임감 있게 활용할 것이라고 믿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3%가 "별로 믿지 않는다" 또는 "전혀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창립자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에서 AI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된 것은 기술 자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라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AI를 일반 미국인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있는 불신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브레머는 이어 "이는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고 덧붙였다.
앤트로픽의 기금 조성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도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AI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 AI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8월4일 "많은 사람이 AI의 유용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자동차나 에너지, 주택처럼 필수적 요소로 여기지는 않는다"며 "AI를 일종의 장난감이나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의 삶에서 AI가 지닌 막대한 가치를 인정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는 AI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일자리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5년의 73%, 2024년의 75%보다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