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신임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이 과거 검찰의 수사권 남용과 각종 폐해의 근본 원인으로 '수사의 정치화'를 지목하며 이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취임 첫 공식 발언에서 '국민'을 여섯 차례 언급하며 중수청의 존재 이유를 성과로 증명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이 19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용 청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중수청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과 만나 "취임식이 조금 늦어져 국민들께 우리 중수청의 운영 방침에 대해 간단히라도 설명을 드리는 게 예의에 맞지 않나 싶어 이 자리에 섰다"며 세 가지 운영 방침을 밝혔다.
첫 번째 과제로는 중수청의 조기 안착을 꼽았다.
김 청장은 "(지난주) 금요일에 출근해서 첫 지시를 내렸다"며 "중수청 차장에게 조기 안착 전담 TF(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중수청이 빨리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인프라를 완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운영 방침으로는 '수사의 정치화 청산'을 제시했다.
김 청장은 "과거 기존 검찰이 수사권 남용 등 여러 가지 폐해가 있었는데, 그 근저에는 수사의 정치화가 원인이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중수청은 공정성, 중립성, 그리고 절차적 정의를 반드시 지켜서 국민들께서 걱정하시지 않는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사의 정치화 청산'은 이날 처음 꺼낸 약속은 아니다. 그는 8일 후보자 신분으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치적 목적의 '표적 수사'와 '먼지털이식 수사'를 검찰 폐지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수사의 정치화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청장 자신도 과거 검찰 재직 시절 행적을 두고 이러한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김 청장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반대 성명에 참여했고, 정진웅 전 부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 등과 관련한 검찰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청장의 과거 사건 처리 경위와 해명 태도를 두고 "비겁하고 불의에 눈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 청장의 인선을 두고는 여권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채택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도 '적격'과 '부적격' 의견이 함께 담겼다.
이런 가운데 수사의 정치화를 청산하겠다는 김 청장의 약속이 실제 조직 운영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관심사로 떠오른다.
당장 국무회의 참석 여부도 정치적 중립성을 가늠할 대목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6일에는 중수청과 공소청의 청장 직무대행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수사기관 수장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김 청장은 이날 국무회의 참석 의향을 묻는 취재진에게 "관련 법령과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적정히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마지막 운영 방침으로는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조했다. 김 청장은 "국민의 권익 보호는 우리 중수청의 근본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수사 과정에서 국민 권익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언급한 책임수사제에 대해서도 "수사해서 아니면 아닌 대로, 맞으면 맞는 대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라며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시행 방안은 향후 매뉴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국민들께서 왜 중수청이 있어야 하는지, 또 왜 중수청이 필요한지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증명해내겠다"고 말했다.
검찰과 다른 수사기관이 되겠다는 약속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앞으로 정치 권력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실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