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열대우림인 아마존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삼림 벌채 단속에 나섰던 브라질 좌파 정부가 정작 아마존 주민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
환경보호 정책이 성과를 거뒀지만 주민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반발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오는 10월25일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앞두고 아마존 지역 주민의 우경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 생계 잃은 아마존 주민들, 보수로 돌아서다
올해 10월4일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아마존 지역 9개 주에서 46%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과거 2010년 대선에서 좌파 노동자당(PT) 후보는 아마존을 구성하는 9개 주에서 약 70%를 득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룰라 정부는 위성 감시와 현장 단속을 강화해 불법 벌목과 토지 개간을 억제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 브라질 아마존의 삼림벌채 면적은 3335㎢로, 직전 1년(5731㎢)보다 41.8% 감소했다. 이는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88년 이후 최저치다.
그러나 룰라 정부의 환경보호 성과가 정치적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룰라 정부가 삼림벌채를 막는 데 집중하면서 단속 이후 주민들의 생계를 유지할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벌목과 목축업에 의존하던 주민들은 기존 생계수단을 잃었지만 지속가능한 농업 등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할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존 환경보호단체 아이마존(Imazon)의 공동 설립자 베투 베리시무는 뉴욕타임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브라질 외부의 모든 사람이 반기는 낮은 삼림 벌채율을 달성하는 것만이 중요했다"고 룰라 정부의 아마존 주민 생계대책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비판했다.
아마존 주민의 깊어진 불만은 이 지역을 우경화로 밀어 넣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브라질 파라주의 마을 노보 프로그레소가 꼽힌다.
룰라 정부의 삼림 벌채 단속이 진행된 후 노보 프로그레소는 브라질에서 우파진영의 자유당(PL) 대통령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를 향한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 가운데 하나가 됐다. 특히 이번 브라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이곳 표심의 84% 이상이 보우소나루 후보를 지지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브라질 자유당(PL) 대통령 선거 후보 ⓒ AFP통신=연합뉴스
◆ 환경보호와 지역경제, 공존할 방법 없나
전문가들은 환경보호와 주민들의 경제적 생존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질은 코코아콩과 팜유를 수입하는 데 연간 약 8억 달러(한화 약 1조651억 원)를 지출한다. 이들 작물은 이미 개간된 아마존 토지에서도 재배할 수 있어 새로운 소득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너트 역시 현지에서 생산되지만 가공과 포장은 주변국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현지 가공산업 육성으로 삼림을 추가 훼손하지 않고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뉴욕대학교의 아마존 경제 전문가 살로 코슬로프스키는 뉴욕타임스에 "브라질은 자원을 얻기 위해 아마존을 착취하거나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두 선택지 사이를 오갔지만 어느 쪽도 안정적인 결과를 낳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막대한 탄소를 저장하고 남미 전역의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태계다. 이번 브라질 대선은 환경보호 정책이 지역 주민들의 생계와 지지 없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