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6일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국감)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공정거래 문제로 잇따라 국회 검증대에 올랐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에서는 핵심 증인의 불출석에 이어 대체 증인의 답변과 통역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요란한 빈수레'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불출석 증인을 고발하는 등 후속조치가 뒤따랐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단순한 증인 채택을 넘어 실제적 책임 규명과 후속조치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과 공정거래 문제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잇따라 검증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는 브렛 앤서니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과방위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티빙·통신 3사·배달의민족·메타·토스페이먼츠 등의 정보보호 책임자와 경영진을 함께 불러 사고 이후 보안 관리체계와 재발방지 조치를 점검했다. 쿠팡에서는 3367만 건 개인정보 유출 이후 보안체계와 책임자 역할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주요 질의 대상이 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쿠팡의 3367만 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내용도 쟁점이 됐다. 국회의원들은 쿠팡이 미국 SEC 공시에서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3천 건으로 축소해 책임을 회피했다고 몰아세웠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을 컨트롤타워로 관계 부처가 공조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사이버 보안 예산을 5232억 원으로 늘렸으며, 기업 신고가 없더라도 해킹 정황이 확인되면 현장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 책임체계도 확인 대상이 됐다. 쿠팡은 올해 2월 개인정보처리방침에서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를 지정하고 있다’는 문구를 ‘개인정보보호 및 민원처리 부서를 지정하고 있다’로 바꿨다. 문구 변경 자체가 곧바로 법 위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앞서 쿠팡의 사고 대응 과정에서 CPO가 자체조사와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고 판단한 만큼 실제 책임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가 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쿠팡에 6246억8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쿠팡은 9월 외부 전문가 7명이 참여하는 정보보호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정거래 문제도 국회 검증대에 오른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주성원 쿠팡 총괄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는지 여부를 두고 의원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관련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쿠팡이 조사 절차를 문제 삼으며 응하지 않았고 이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진 만큼 쿠폰 비용의 실제 부담 주체와 결정 과정, 조사 거부의 배경과 법적 근거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쿠팡 국감'의 성패는 증인 출석 자체가 아니라 출석을 통해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확인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서는 사고 당시 의사결정과 책임자의 권한, 이후 보안체계가 실제로 달라졌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공정거래 문제는 쿠폰 비용의 결정 과정과 납품업체의 실제 부담 여부가 핵심이다. 국감 질의와 답변 과정에서 얼마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후속조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국감의 성적표가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증인 출석 문제는 지난해에도 반복됐다. 지난해 12월 국회 과방위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에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 등 핵심 증인이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대표와 매티스 CISO를 상대로 질의가 진행됐지만 통역과 답변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로저스 대표의 한국어 의사소통 문제로 영문 자료가 요구되는 등 질의와 답변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제약이 생겼다.
국회는 이후 불출석 및 위증 혐의로 일부 증인을 고발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말 열린 연석청문회에서도 김범석 의장 등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국회 고발은 불출석이나 허위 증언에 대한 사후 제재인 만큼, 청문회에서 확보하지 못한 증언이나 이미 지나간 질의시간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한편 증인 불출석 문제는 쿠팡뿐 아니라 국감을 둘러싸고 자주 발생해 왔다. 2016~2025년 정무위 국감에서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458명 가운데 78명(17.0%)은 의결 이후 철회됐고 49명(10.7%)은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서도 기업인 증인은 제16대 국회 연평균 57.5명에서 제19대 국회 124명으로 2.1배 늘었지만, 증인 1인당 질의시간은 30.6분에서 17.4분으로 줄었다. 증인 채택과 출석이 곧 충분한 사실 확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