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동력원으로 쓰는 자동차운반선을 한국과 미국 항로에 투입할 수 있을지 미국 물류기업과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SMR 추진선은 운항 중 온실가스 배출이 사실상 없고, 중간 보급 없이 먼 거리를 오갈 수 있는 미래형 선박으로 주목받는다. 연료를 저장할 공간과 굴뚝이 필요 없어 남는 공간에 차를 더 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현대글로비스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동력원으로 쓰는 자동차운반선을 한국과 미국 항로에 투입할 수 있을지 미국 물류기업과 함께 검토에 나섰다. 사진은 김태우 현대글로비스 물류사업본부장(왼쪽)과 데이비드 미네티 LGL 사장이 9월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LGL 본사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미국 운송 전문기업 리버티 글로벌 로지스틱스(LGL)와 'SMR 추진 자동차운반선(PCTC)의 한·미 간 항로 운영 공동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0월6일 밝혔다.
LGL은 자동차와 중장비, 중량화물(브레이크벌크), 프로젝트화물 등을 실어 나르는 해운·국제 복합운송 전문 기업이다. 미국 국방부와 군의 주요 계약 업체로, 미국 정부 화물 운송도 맡고 있다.
협약식은 9월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제리코에 있는 LGL 본사에서 열렸다. 김태우 현대글로비스 물류사업본부장(부사장)과 데이비드 R 미네티 LGL 사장 등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SMR 추진 선박을 상업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지 함께 분석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양사는 한국과 미국을 두 축으로 SMR 추진 선박의 상업 운항 가능성을 공동 연구한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항만의 특성과 규제 환경, 운항 요건 등을 평가한다. LGL은 미국 현지의 규제와 운항 여건을 살핀다.
선박 개발·건조 가능성과 함께 기국과 선급, 상업화 전략도 공동 연구 과제로 올렸다.
기국은 선박을 등록해 자국 국기를 달게 하는 나라로, 그 선박에 대해 행정·기술적 관할권을 행사한다. 선급은 선급협회가 선박의 설계와 건조, 운항 중 상태를 검사해 기술 기준을 충족했는지 인증하는 제도다. 로이드선급과 한국선급이 대표적이다.
SMR을 선박 동력원으로 쓰면 탄소를 거의 내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를 갈아 넣지 않고도 오랜 기간 운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기존 선박에 있던 연료탱크와 배기가스 배출 구조물이 빠지는 만큼 그 자리를 화물 적재 공간으로 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도 SMR 선박에 공을 들이고 있다. SMR 특별법을 토대로 혁신형 SMR(i-SMR) 개발과 활용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K-문샷 차원에서 원자력과 조선·해양 기술을 접목한 SMR 선박 개발에 나섰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서 6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운박람회 '포시도니아'에서 SMR 추진 PCTC 개념 설계에 대해 기본승인(AiP)을 받았다. 승인을 내준 곳은 글로벌 선급협회 로이드선급(LR)이다. AiP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선박이나 설비의 개념 설계를 선급이 국제 규정과 안전 기준에 비춰 검토하는 절차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앞서 SMR 추진 PCTC에 대한 기술적 가능성을 획득한 만큼 이번 협업을 통해 해당 선박의 실제 상업 운항을 위한 다양한 조건들을 검증할 계획"이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이중연료(Dual Fuel) 추진 PCTC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데 이어 차세대 무탄소 선박 기술까지 검토 범위를 확대하며 미래 해운시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