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2021년 11월 한시적으로 도입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5년째 이어지면서 사실상 상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류세 정상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그래프.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유류세 인하가 없었다면 5년 동안 유류 사용량 17억7천만ℓ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약 400만t 감축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그린피스·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함께 '유류세 인하의 숨은 비용과 수송 에너지 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2021년 11월부터 2026년 말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 유류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세수 등에 미친 영향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9880만t에서 2024년 9750만t으로 6년 동안 약 130만t 감소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유류세가 정상적으로 유지됐다면 연평균 약 77만t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가 감축 효과가 발생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이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수송부문의 실제 연평균 감축량인 약 22만t의 3.5배에 달한다.
한편 국가 세수 측면에서 유류세 인하가 없었다면 5년 동안 약 15조4천억 원의 세수가 확보됐을 것으로 계산했다. 유류세로 확보된 재원을 대중교통 개선이나 무공해차 보급 등 수송부문의 친환경 전환에 활용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한국에너지공단(KEA)과 REN21이 함께한 '2026 커뮤니티 에너지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지혜 페이스북
보고서는 향후 수송 에너지 세제를 개편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과 재정 확보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유류세를 세계 주요국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탄소 가격을 반영할 경우 연간 약 370만~700만t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고, 연간 약 3조1천억~6조1천억 원의 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추가로 확보되는 재원을 친환경 수송 전환에 투자하는 한편, 유류비 부담이 큰 저소득층과 교통 취약지역 주민 등에 대한 지원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률적으로 연료 가격을 낮추기보다 필요한 계층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민생 부담과 탄소 감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송부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37.8%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제 감축률은 약 12%에 불과하다"며 "유가가 높은 지금 당장 인하를 멈추자는 것이 아니다. 한시 조치가 5년째 이어지는데도 언제, 어떤 조건에서 끝낼지 기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NDC 달성은 특정 부처만의 일이 아닌 만큼, 기후에너지·재정·교통 부처가 함께 유류세 정상화의 기준과 로드맵을 마련하고, 확보한 재원은 대중교통과 무공해차 전환,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20여년 전 마련된 수송 에너지 세제가 근본적인 개편 논의 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유류세를 비롯한 수송 에너지 세제 전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연료 가격에 탄소비용을 반영하고, 확보한 재원을 수송부문 전환에 재투자하는 세제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