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인터넷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질문이다. 특히 30분씩 화장실로 사라져 육아와 집안일을 남겨두는 남편들에게 지친 엄마들 사이에서 단골 화두다.
지난달 이혼 코치 올리비아 하웰은 서브스택(이메일 뉴스레터 플랫폼) 블로그 '더 해픈스탠스(The Happenstance)'에서 이 습관에 인터넷에서 유행할 만한 이름을 붙였다. 바로 '무기화된 배변'이다.
이는 누군가 대신 해주도록 일부러 일을 잘 못하는 척하는 행동인 '무기화된 무능'에서 따온 표현이다. 하웰은 화장실이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그럴듯한 핑계'를 제공하기 때문에 집안일을 피하기 완벽한 장소라고 썼다.
◆ "엄마에겐 닫힌 문이 없다"
2019년 남편과 갈라선 두 아이의 엄마 하웰은 "그 정당성에 태클을 걸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진짜 볼일을 봐야 하는 건 맞다. 진짜 문제는 그에 따라오는 모든 것들이다. 스마트폰, 잠긴 문, 20분의 추가 시간 그리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든 누군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는 당연한 전제 말이다"
화장실이 주는 '나만의 시간'은 엄마들도 원한다. 하지만 하웰에 따르면 엄마들이 화장실로 달려갈 때는 집안 어디선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뛰어나갈 준비가 돼있는 상태다. 때로는 아이들이 어차피 들어올 것을 알기에 화장실에 간다고 알려주거나 아예 문을 열어두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무기화된 배변'이라는 개념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하웰은 지친 엄마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글에 깊이 공감한 반면 엑스(X, 옛 트위터)의 일부 남성들은 맹렬히 비판했다고 말했다.
한 X 사용자는 바이럴된 트윗에 "여성들은 남자가 똥을 싸는 것조차 원치 않는다"고 적었다.
또 다른 남성은 "젠더 전쟁의 마지막 국경"이라고 농담조로 남겼다.
하웰은 "엄마들이 화장실 문을 통과한다고 해서 내가 에세이에서 표현한 '사적 개인'이 될 수는 없다"며 "책임감이 화장실 안까지 따라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웰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그녀를 막아서고 있다. 아이들은 여전히 돌봄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요리를 하고 개를 산책시켜야 하며 다른 방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나지는 않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그녀에게 5분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집안일이 멈추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쩌면 가족 내에서 아주 작은 평등의 기준은, 두 사람 모두 문을 닫고 들어가서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밖의 세상이 탈 없이 잘 돌아갈 것이라 믿을 수 있느냐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화장실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아빠인 남성들은 자신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배우자가 지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까?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남성들이 밝힌 30분 화장실의 진실
필리핀 마닐라에 사는 자녀가 없는 유부남 미겔은 화장실이 마음 편히 스마트폰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임을 인정한다.
미겔은 "보통 화장실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확인하거나 무작위로 영상을 본다. 아내 옆에 있을 때는 서로 대화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죄책감이 들 때가 있다"며 "집안일을 잠시 미루거나 그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방해 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미겔이 화장실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시간은 45분이다. 그는 다리에 쥐가 날 정도였는데 이제는 일어나야 한다는 좋은 신호였다고 말했다.
미겔은 '무기화된 배변'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긴 하지만 일부러 화장실 시간을 길게 끌지는 않으며 "내가 집안일의 80%를 한다"며 농담조로 덧붙였다.
남캘리포니아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안토니오 브리즈는 '무기화된 배변'이 실제 존재하며 문제적일 수 있는 관계의 역학을 잘 나타내는 재밌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때로는 진심으로 몇 분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타인과의 관계, 육아, 집안일 혹은 파트너와의 시간을 회피하기 위해 반복 사용된다면 그것이 하나의 회피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캘리포니아 출신의 25세 미혼남 헤이든(Hayden)은 이전 연인이 자신의 긴 화장실 시간에 대해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그곳에서 똑같이 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변기 위에서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그의 답변 목록은 꽤 다양했다. 볼일을 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이나 디스코드(Discord)를 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있고, 휴대폰 게임을 할 때도 있다. 배변과 상관없이 피부를 가꾸거나 머리를 빗고, 전화 통화를 하며 양치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자위를 하는 시간도 있다고 했다.
헤이든은 '무기화된 배변'에 대한 논란이 다소 과장되어 있으며 여성들 역시 그만큼 화장실에 오래 머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을 꾸리거나 심지어 성인으로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양쪽 성별 모두가 하는 행동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일종의 대처 기제인 셈이다."
◆ "도피 아닌 생리현상"
몇 년 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그리들 대드 라이프(Griddle Dad Life)' 채널을 운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폴 걸리는 왜 남성들이 화장실에 오래 갇혀 있는지에 대해 약간의 TMI(너무 과한 정보)를 담은 유머러스한 영상을 만들었다.
그는 "화장실을 남편이나 아빠로서의 역할을 피하는 수단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잖은가?" 라고 말했다.
걸리에게 더 중요한 문제는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10분을 보내든 30분을 보내든 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집안일이라는 부담을 함께 나누고 인지해 주는 파트너가 있다고 느끼느냐에 있다.
그는 변비로 고생하는 남성들을 대변하기도 했다. 남성들은 '무기화'하려는 의도 없이 그저 실제로 볼일을 보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고예신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