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해 NHN과 라이엇게임즈를 거쳐 쏘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지낸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가 취임 첫해부터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라는 기회를 맞았다.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7월 이후 두 달여 동안에만 그룹 계열사와 9천억 원이 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공급 및 클라우드 계약을 맺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투자하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AIDC)가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을 더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새만금에서 현대오토에버가 맡을 역할이나 비중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매출 증가 추세 속에서도 답보 상태인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류 대표에게 남은 숙제다.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해 NHN과 라이엇게임즈를 거쳐 쏘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지낸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가 취임 첫해부터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라는 기회를 맞았다. ⓒ현대차그룹
9월30일 증권 및 정보통신기술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수록 그룹 내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월 새만금에 약 9조 원을 투자해 AIDC와 로봇 공장 등을 짓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 가운데 5조8천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AIDC는 9월22일 건축심의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 AIDC를 2027년 3월 착공해 2029년 1단계로 100MW(메가와트)급, GPU 5만 장 이상 규모로 가동하고 이후 500MW까지 넓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증권가는 새만금 AIDC를 현대오토에버의 중요한 사업 확대 기회로 보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오토에버를 "현대차그룹 데이터센터 구축의 최대 수혜주"라 평가하며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현대오토에버 SI(시스템통합) 매출과 ITO(IT아웃소싱)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그는 GPU 구매 대행에서 발생할 매출 규모도 추정했다. 임 연구원은 "2027년~2029년에 칩 구매 대행으로만 5조 원 매출 예상"이라며 "(이는) 연간 1조6천억 원으로 2026년 추정 매출의 42%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AI 연산 자원이 상당 부분 현대오토에버를 거쳐 들어가기 때문이다.
현대오토에버는 9월29일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계열사 모셔널과 2028억 원 규모의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정산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모셔널이 쓰는 AWS 사용료를 현대오토에버가 매달 청구하는 방식이다.
최소 약정액은 1억5천만 달러로 2023년 맺은 같은 계약(9천만 달러)보다 확대됐다.
올해 7월에는 현대차·기아와 3044억 원 규모의 GPU 서버 통합 구매·공급 계약을, 현대차와는 3986억 원 규모의 5년 AWS 약정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세 계약을 합친 금액은 2025년 매출의 5분의1 수준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 'h클라우드'도 현대차·기아에 공급하고, 현대차·기아의 AI 개발 플랫폼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룹의 AI 활용 길목마다 현대오토에버가 자리한 셈이다.
류 대표는 현대차그룹이 외부에서 영입한 개발자 출신 인사로 주목받았다. NHN에서 지도지역서비스 개발랩장을 지냈고, 이후 티몬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와 라이엇게임즈코리아 개발이사를 거쳤다.
2024년 4월 상무로 현대오토에버에 합류해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빌진'을 담당하는 SW플랫폼사업부장을 맡았다.
이후 승진은 빨랐다. 2025년 1월 전무에 오른 뒤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11월에는 SW개발센터장과 인공지능기술실장을 겸했다. 두 달 뒤인 12월31일에는 대표이사에 올랐다. 합류 1년9개월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자 출신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그가 내세운 경영 방향은 그룹 방침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류 대표는 1월 신년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 중인 그룹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술과 품질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모빌리티 테크 컴퍼니로서의 정체성과 역량을 고도화하자"고 말했다.
다만 최근 현대오토에버의 성장은 차량 소프트웨어보다 그룹 IT 쪽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2분기 시스템통합(SI)과 IT아웃소싱(ITO)를 합친 엔터프라이즈IT 사업 매출은 1조38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7.9% 늘었다.
반면 차량 소프트웨어 매출은 2123억 원으로 같은 기간 7.8% 줄었다.
이익률 개선도 류 대표 앞에 놓인 숙제로 꼽힌다. 현대오토에버는 2025년에 매출 4조2521억 원, 영업이익 2553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2023년 5.9%, 2024년 6.0%, 2025년 6.0%로 6% 안팎에 머물러 있다.
올해 상반기엔 매출이 16.6%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3.4% 증가에 그치면서 영업이익률이 5.1%로 내려왔다.
새만금이 이익률 개선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아직은 기대에 가깝다. GPU 구매 대행이나 클라우드 사용료 정산은 현대오토에버의 외형을 키울 수 있지만 여기서 얼마만큼 이익이 남는지는 공개된 바 없다.
새만금에서 현대오토에버가 맡을 역할도 아직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의 수혜 규모는 그룹사 간 논의의 단계로 해당 프로젝트가 착공되는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