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내 북한군 8천여 명이 있으며, 추가로 1만 명이 파병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이송 사실을 유엔총회에서 공개해 한국 정부가 항의한 직후에 나왔다. 사전 설명 없는 공개로 양국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또다시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민감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일련의 행보는 한국의 미사일 무기 지원을 끌어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교적 결례와 함께 한국을 자국 전쟁에 끌어넣으려는 속셈까지 엿보이고 있어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AFP통신=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대국민 연설에서 "북한군 8천여 명이 러시아 영토에 있고, 1만 명 추가 파병이 준비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가 전했다.
포로 송환 '무단공개'와 한국 정부의 정식 항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일 한국을 안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 출발점이 된 것이 북한군 포로 문제다.
그는 앞서 9월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붙잡은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두 포로는 한국행을 희망했고,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이 문제를 두고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포로 송환과 관련한 비공개 합의를 깨고 사전 설명 없이 이를 공개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송환 발표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항의는 외교 채널로도 이어졌다. 한국 외교부는 28일 박윤주 제1차관이 안드리 베쉬킨 주한 우크라이나 대리대사를 불러 공식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박 차관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고 부인한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소통고문 드미트로 리트빈은 여전히 애초에 비공개 합의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쪽이 심각한 외교 결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러시아 국영매체에서도 이번 사안의 배경을 두고 한국의 무기지원 불발에 따른 보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의 칼럼니스트 드미트리 바비린은 기고문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송환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한국의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지원 불발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짚었다.
바비린은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한국으로 이송한 사실을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해놓고서 앙심을 품고 유엔에서 공개하는 보복에 나섰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한반도 안보에 악영향 줄 발언 이어가
사실 우크라이나는 한국 안보지형에 악영향을 줄 발언을 그동안 잇달아 내놨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최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무기를 개량하고 있다"며 "통제 불능의 결과로 이어질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한반도는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인데, '통제불능의 결과'라는 위협적 표현을 동원하면서 남북한을 자극한 셈이다.
특히 부다노우 실장은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도 못했다. 북한의 위협을 내세워 한국을 자국 전쟁에 끌어넣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8월 "북한군 최대 5만 명이 러시아에 파병될 수 있다"며 한국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우르라이나 쪽의 이런 발언들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친우크라이나 행보와 반대로 이재명 정부는 우크라니아 군사 지원에도 선을 긋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의 행위를 규탄하고 서방의 제재에 동참했으며, 1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포로 송환 '무단공개'로 커진 양국 정부 간 갈등이 지원 재검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 정치권에서는 벌써 재검토 요구가 나왔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즉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군 포로송환 문제를 비공개하기로 합의하고도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경위를 분명히 설명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가 책임있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의 변화까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