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불과 사흘 앞둔 가운데 정부가 검찰 출신 김지용 변호사의 초대 중수청장 임명 절차를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 후보자인 김지용 변호사(사진) 임명 절차를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여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검찰개혁 의지를 판단할 1차 시험대를 김 후보자 임명 여부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임명하면 전통적 지지층과의 이미 벌어져 있는 간극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에서 지명을 철회할 만한 뚜렷한 결격 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 지명 이후 여권 내 반발로 추가 검증에 들어갔지만 후보자 교체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수청 출범이 오는 10월2일로 예정돼 있다는 점이 정부의 선택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사청문요청안 제출부터 청문회 개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출범 전 임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후보자 인선을 계속 미룰 경우 초대 청장 없이 중수청이 출범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월요일 KBS뉴스레터에서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수사 기소 분리에 대한 것들에 대한 입장도 표명했고 특히 윤석열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만 많이 받았다고 하는 것 아니겠나"며 "중수청이 10월2일에 출범을 하는 거기 때문에 그런 인사 정책에 있어서도 저는 가닥을 빨리 잡아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유튜브 방송 '박시영TV'에서 "청와대가 재검증을 하겠다고 밝힌 이후에 지금까지 별다른 말이 없는 걸 감안하면 김지용 중수청장 임명을 강행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감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 후보자를 단순히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후보자 제청 당시 검찰의 잘못된 특수수사 관행은 끊어내야 하지만, 그동안 검찰에 축적된 중대범죄 수사 전문성까지 버릴 이유는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후보자 임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김 후보자의 검찰 경력이 오히려 새로운 수사기관을 안정적으로 출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특히 중수청이 경찰, 공소청 등 기존 형사사법기관과 새로운 업무분담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검찰 수사 시스템을 잘 아는 인사가 초기 조직을 이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친윤'(친윤석열) 검사라는 여권 내 반대파들의 주장도 상당부분 해명됐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뉴 이재명 성향의 평론가와 지지층은 전통적 지지층들의 김 후보자 반대를 대통령 임명권 침해로 규정하면서 이 대통령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 출연해 "당내 반발만 너무 고려하다가 국정이 망가지는 모습은 참 걱정스럽다"며 "(청와대가) 내부 갈등, 내부 분열 이런 부분을 너무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려했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통적 지지층에서 이 대통령에게 갖고 있는 의구심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바로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이기 때문이다.
조수진 변호사는 28일 유튜브 방송 '홍사훈쑈'에서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은 대통령과 논의를 거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러다 보니까 굳이 김 후보자가 초대 중수청장이 돼야 되냐, 이걸 납득을 못하겠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고 있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민 페이스북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중수청장 같은 경우 그 사람의 과거 행적도 중요하긴 한데 더욱 중요한 건 공소청과 중수청이 검찰 출신으로 인적 결합되는 그 구조를 막아야 된다는 입장이 훨씬 강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중수청 차장에도 검찰 출신인 임현 변호사 임명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통적 지지층의 불만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임 변호사는 대검찰청 공안 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대검 공공수사정책관 등을 지낸 '공안통'으로 평가된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서 "중수청장 후보인 김지용은 검찰개혁 반대에 앞장섰던 인물이다"라며 "검찰개혁의 산물인 중수청장에 하필이면 반검찰개혁 인사를 임명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임현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공안기획관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로 김기현 울산시장 비리사건이 덮혀지도록 한 장본인"이라며 "용납하기 어렵다. 점점 더 산으로 가는 느낌"이라고 직격했다.
전통적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 이후 바뀌었다고 느껴질만한 조치나 발언, 행동이 없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 지명까지 그대로 진행된다면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을 얻으려는 뜻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임명희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김지용 후보자가 자리에 연연하며 버티며 이대로 중수청이 출범함다면 그 후과는 오로지 대통령의 책임이 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