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간부 3명을 다치게 한 폭발 원인으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처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임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온라인 논쟁에 직접 뛰어들거나 관련 글을 공유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라며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지 불과 12일 만에 대통령은 SNS 논란에 스스로 몸을 담근 셈이다.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에서 국가 안보가 후순위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울산에서 열린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29일 엑스에 '10월부터 호남 태양광 접속제한이 풀린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한 지지자 게시물을 공유(리트윗)하며 "누군가에게 책 잡힐 험한 표현 하지 않으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자신의 게시물 공유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씨는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 대통령이 '알고리즘 감옥'에 갇혔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리트윗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8시12분경 엑스에 "내가 누군가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그의 모든 과거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가 인용하는 글의 작성자 과거글을 모두 조사할 만큼 시간도 필요도 없다. 우리는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뿐이다"라고 적었다. 김씨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그의 발언에 대한 우회적 반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제가 된 것은 이 대통령이 해당 글을 올린 시점이다.
합동참모본부는 같은 날 오후 7시30분경 DMZ 지뢰 사고 조사 결과 브리핑을 예고한 뒤 오후 8시30분 사고 원인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이 중대한 안보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기 직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방식을 둘러싼 논쟁에 직접 뛰어들고 있었던 셈이다.
DMZ 지뢰 사고는 갈수록 엄중한 안보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육군 25사단 소속 간부 3명은 21일 DMZ에서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던 도중 발생한 연쇄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2명은 중상, 1명은 경상을 입었으며 중상자 가운데 1명은 발목이 절단됐다. 군과 유엔군사령부의 후속 조사 과정에서는 군사분계선(MDL) 남쪽에서 북한의 수지 반보병지뢰가 추가로 발견됐고, 유엔사는 30일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30일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이를 반발하고 나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우리 군의 조사 결과를 '자작광대극'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를 빌미로 국경선에서 실사격을 가할 경우 보복하겠다는 위협까지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안보 현안보다 SNS 논쟁에 대응하고 나섬에 따라 야권도 곧장 공세에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군이 북 지뢰 발표하는 와중에도 김어준과 X로 키배(키보드 배틀) 뜨는 이 대통령이다"라며 "국군의 발목이 잘리고, 북한군 포로가 송환된 중차대한 외교안보 현안이 발표되는 와중에도, 키배에 혈안이 되어 스마트폰 자판을 두들기고 있을 대한민국 대통령을 상상하니 참으로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반드시 SNS를 끊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군이 이 중요한 사안을 발표하는 시간에, 이재명 대통령은 한가롭게 김어준 주장에 반박하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며 "김정은과 싸워야 할 대통령이 '문조털래유'와 싸우기 바쁘다"고 주장했다.
사실 대통령의 엑스 사용을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12일 진보 진영 내부의 강경한 목소리를 경계하는 게시물을 공유한 뒤 "틀린 말씀이 단 하나도 없다"며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과격한 선동으로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하고 반동을 초래하는 것을 필히 경계해야 한다"고 적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2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2026년 경기도 민주화운동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검찰개혁과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 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상황이어서, 이 대통령의 글이 여권 내 비판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8일 기자회견 직후에도 '문조털래유'라는 멸칭을 즐겨 사용했던 지지자의 응원 글을 공유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27일에는 '악의를 가진 소수'와 '저질 싸움판을 유도하는 세력'을 언급하는 한편,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빛의 전사', '대통령 친구'라고 부르며 댓글과 메시지, SNS 글 작성, 기사 댓글 '좋아요' 등을 통한 참여를 독려했다. 이를 두고 지지층 일각에서는 최근 이 대통령을 비판한 유시민 작가와 김어준씨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