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이 추석 극장가에서 흥행 질주를 이어가는 가운데, 작품이 다룬 역사적 사건과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다.
허진호 감독(맨 왼쪽부터),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2026년 9월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개봉 닷새째인 27일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111만9154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누적 관객 수는 156만6220명으로 늘었다. 추석 연휴 기간 한국영화 신작들이 잇따라 개봉했지만 흥행 선두를 유지한 모습이다.
영화는 1974년 8월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당시 수사 당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던 문세광이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문세광은 같은 해 12월 사형이 집행됐다.
하지만 영화는 당시의 공식 수사 결과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현장에서 발생한 총성 횟수와 공식적으로 확인된 탄환 수 사이의 차이 등을 부각하며, 문세광 외에 또 다른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나아가 김대중 납치사건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당시 정권이 사건의 배후에 있었을 가능성까지 관객이 떠올릴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다.
이 같은 영화적 설정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국민의힘 측에서는 영화가 기존에 제기돼 온 사건의 의혹을 넘어 이른바 '박정희 배후설'까지 암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님을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북한의 테러라는 역사적 진실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 자체를 넘어 국내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까지 거론했다. 그는 "영화 산업의 구조 자체가 좌파 세력에 장악돼 있고, 거기에 협조해야만 하는 자본들이 함께 하는 것 아니냐"며 "영화 시장에 좌파 세력의 무언의 압력이 가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암살자(들)' 속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반면 해당 영화와 관련해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6일 CGV 서울 왕십리점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내란(12·3 비상계엄)을 진압하지 못했다면 얼마든지 똑같이 겪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70년대 사건이지만) 젊은이 여러분에게도 얼마든지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역시 작품이 제기한 의문에 주목했다. 그는 영화 속 총성의 횟수와 수사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총탄 수 사이의 차이를 짚으며, 작품이 관객에게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영화가 사건의 진실을 하나의 결론으로 규정하기보다 의문을 끝까지 따라가도록 만든 점에 의미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영화가 어디까지 재구성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주요 인물과 추적 과정, 배후를 둘러싼 전개에는 영화적 창작이 가미된 만큼, 작품이 제시하는 의혹과 역사적 사실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흥행과 함께 정치권과 평론계의 공방까지 확산한 '암살자(들)'이 추석 연휴 이후에도 박스오피스 선두를 이어가면서, 작품을 둘러싼 역사적 해석 논쟁 역시 어디까지 확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