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친구"라 부르며 북한의 상당한 핵능력을 사실상 인정했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대화 신호에도 '핵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뼈아픈 기억이 남아있고, 미국-이란 전쟁의 수렁에 빠져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있는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스위크를 비롯한 외신이 29일(현지시각) 전했다.
◆핵개발, 이란은안되고북한은되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면서 북한은 왜 가질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 이유는 다른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다"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렸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을 좋아하고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핵 문제를 대하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온도차는 미국-이란전쟁과 맞물려 더 눈길을 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올해 2월28일 이란을 공습했고,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여 있어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쓰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8월 들어 부쩍 김정은 위원장과의 재회 의지를 밝힌 배경에도 미국-이란전쟁의 부담에서 벗어나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의기억, 그리고북한의묵묵부답
북한이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 태도를 경계하는 데는 역사적 이유도 자리잡고 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 없이 자리를 떴다.
북한은 당시 상당한 양보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더 많은 양보를 '갑자기'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위원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스몰딜'이 아닌 '노딜'을 선언했다. 평양으로선 믿을 수 없는 협상상대임을 뼈저리게 느낀 자리였던 셈이다.
실제 최근 평양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 콜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8월19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북한과 미국 정상 사이 소통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또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에 대해서도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다만 두 정상의 관계는 "여전히 훌륭하다"고 인정했다.
여기에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에 대해 일관되게 강경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9월17일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의 비핵화 요구를 두고 "익숙한 소음"이라 비난하며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올해 3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란 전쟁을 겨냥해 핵 보유 결정의 정당성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체제 안전을 위해 핵보유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핵보유국 지위는 "돌이킬 수 없다"고도 했다.
미국 CNN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핵 포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조건이 분명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