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가온전선 대표이사가 미국 사업을 키우고 있다. 기존에 집중하던 배전 부문에서는 생산능력을 늘리고, 새로 진출하는 송전 부문에서는 신규 설비 구축에 나선 것이다.
때마침 한국 정부가 대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에 가스복합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이 투자로 진행되는 1호 사업이다.
가스복합 화력발전소 구축에는 여러 전선과 케이블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온전선은 국내 유일의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을 갖춘 전선 기업임을 강조하며 수주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현 가온전선 대표이사의 미국 현지 생산역량 확장과 한국의 대미 투자가 맞물리며, 가온전선의 케이블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30일 전선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가온전선은 미국 현지 수요 확대 흐름에 맞춰 케이블과 가공선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가공선은 송전망 등에 사용되는 전선이다.
가온전선의 미국 생산법인 LSCUS는 5천만 달러(약 760억 원)를 투자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 공장에 중압(MV)·저압(LV) 케이블 생산라인 2개를 추가 구축하고 있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2배로 확대된다.
증설 라인은 2026년 10월과 2027년 4월 차례로 가동된다. 1차 증설 라인 물량은 이미 고객사 주문으로 모두 찼고, 2차 라인도 대부분 예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온전선은 미국 현지에 가공선 생산설비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배전 중심의 미국 사업을 송전 부문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 정현 대표는 "LSCUS를 중심으로 송전부터 배전까지 현지 공급체계를 강화해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발전소와 전력 수요처 사이의 거리가 멀어 송전철탑에 가공선이 대규모로 사용된다. 미국 에디슨전기협회(EEI)에 따르면 미국 전력회사들은 2025~2028년 송전망에 1780억 달러(약 242조 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확대, 신규 발전원 연결이 투자를 견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에 223억 달러(약 30조 원)를 투입해 가스복합 화력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 1호 사업이다. 한국은 2025년 11월 미국과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총 2천억 달러(약 272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가스발전소 건설 시 생산한 전력을 수요처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도 함께 구축된다. 또 가스발전소 내부에는 LV 케이블이, 발전소와 변전소를 잇는 구간에는 MV 케이블이 사용된다고 알려졌다. 가온전선이 미국 현지에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있는 그 제품들이다.
한국 업체가 가스복합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전선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인 데다 중국·유럽의 주요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미국에는 케이블, 가공선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들이 거의 없다"며 "이에 미국이 의존할 수 있는 곳은 한국, 중국, 유럽 업체들인데 중국 업체는 일단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차단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업체들은 현재 유럽 내 해상풍력 사업들에 물량을 대기에도 바쁘다"며 "한국 업체 말고는 사실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가온전선은 현지 생산 역량을 강조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가온전선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미국에 생산기지를 지어 놓은 국내 업체는 가온전선뿐"이라며 "미국에서 빅테크 등을 대상으로 케이블을 공급해 본 경험도 많다"고 말했다.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 국내 전선업체 매출 순위는 LS전선 1위(4조5232억 원), 대한전선 2위(2조2820억 원), 가온전선 3위(1조6330억 원)다. 다만 LS전선은 가온전선의 모회사여서, 가온전선의 실질적 경쟁 상대는 대한전선이라고 평가된다. 대한전선은 미국에 영업법인 1곳과 동·서부 지사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현지 생산시설은 없고, 구축을 검토하는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