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태양광 산업 보호에 나섰다. 미국 태양광 산업이 부흥해야 궁극적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도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모든 디지털 제품과 국방 산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태양광 역시 단순 탈탄소 발전원을 넘어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는 일찌감치 미국 현지에 태양광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해놨다. 이제 이 판단이 본격적으로 빛을 보려 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며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가 미국 현지에 선제적으로 구축해 놓은 생산기지가 주목 받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8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양광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김동관 대표이사가 미국 현지에 구축해 놓은 생산설비가 주목받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는 2020년 3월 취임했다. 이후 2022년 사업 구조를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 가운데서도 특히 태양광에 집중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의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해 한화갤러리아를 신설했다. 또 첨단소재 부문의 일부 사업을 물적분할해 한화첨단소재도 새로 설립했다. 이 한화첨단소재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 미국 태양광 제조 시설 확대에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통합 태양광 생산기지인 '솔라허브'를 건설했다. 솔라허브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잉곳부터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전지 주요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한 생산 거점이다. 이곳의 생산능력은 잉곳·웨이퍼·셀 각각 3.3기가와트(GW), 모듈 8.4GW 규모다. 잉곳으로 웨이퍼를, 웨이퍼로 셀을, 셀로 모듈을 제조하는 구조다. 그리고 이 잉곳은 폴리실리콘을 녹여 제조한다.
이런 가운데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의 핵심 지역인 미국에서는 12월4일부터 폴리실리콘과 파생 제품(잉곳·웨이퍼·셀·모듈 등)의 수입 규제가 시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폴리실리콘 산업을 부흥시키고자 취한 조치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의 기초 소재다. 그리고 반도체는 모든 디지털 제품을 비롯해 레이더와 미사일 유도 체계 등 국방 시스템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된다. 이에 미국 정부는 폴리실리콘을 자국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의 대부분은 반도체가 아닌 태양광용으로 생산·소비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2.4%에 불과하다. 즉 미국의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성장하려면 가장 큰 수요처인 태양광 시장에서 충분한 물량과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수입 규제 대상을 폴리실리콘에 국한하지 않고 파생 제품까지 전방위로 확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국 태양광 산업을 보호하고 키워야만 결과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근간이 되는 폴리실리콘 생태계까지 함께 살릴 수 있다는 논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에 관해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태양광이 탈탄소를 넘어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 전략자산'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폴리실리콘뿐 아니라 태양광 제조업체들의 웨이퍼 제조 역량도 강조했다. 웨이퍼 역시 반도체의 근간이 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또 태양광 산업이 우주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역시 의미있게 바라봤다.
이에 윤 연구원은 태양광 산업에 관해 "반도체 업스트림 구축과 국방자원의 핵심"이라며 "즉, 태양광 산업은 전력-인공지능(AI)-반도체-국방-우주를 하나로 엮는 국가안보 전략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은 7월 방산·우주 전문 기업 한화시스템과 위성용 태양광 셀 및 패널 기술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우주용 태양광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 협업은 한화솔루션이 지상 태양광 시장에서 쌓아온 태양전지 기술을 우주 영역으로 확장하는 첫 행보다.
이 계약에 따라 한화시스템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위성용 태양전지 개발을 위해 300억 원가량을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한화솔루션은 이 기간 고효율 셀 설계 및 성능 고도화, 우주 환경 신뢰성 검증 등 핵심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두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위성 환경에 적용 가능한 전력 솔루션 기술 확보와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