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64년과 2021년 도쿄 올림픽 개최 등 국제 스포츠행사를 훌륭하게 치뤄냈을 뿐 아니라, 일본인의 정교함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은 일본답지 않은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의 피날레 순서가 펼쳐지고 있다. ⓒ나고야/연합뉴스
일본 매체 코코카라는 21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잇따르고 있는 운영 논란을 다뤘다. 매체는 대회 운영 측이 이미 일부 사안에 대해 사과했다면서도 국제대회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호스피탈리티(손님 환대)’를 언급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모인 선수들이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기량을 발휘하려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배려가 부족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국 매체까지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이번 대회 현장에서는 어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친환경·건전재정 내세웠지만...곳곳서 드러난 선수촌 '부실운영'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국 대표팀 선수단이 공개한 선수촌 식사. ⓒ엑스
가장 먼저 논란이 된 것은 선수들의 건강과 영양을 책임지는 식사였다. 내외신 보도에 따르면 선수촌 식당은 최소한의 뷔페식조차 제공하지 못한 채 자원봉사자가 접시에 야채 한두 가지와 소량의 고기를 직접 덜어주는 제한 배식 방식으로 운영됐다.
일부 선수단이 SNS에 공개한 사진에는 종이접시 위에 닭고기 몇 조각과 파스타 한 덩어리, 채소 한 가지 정도만 담긴 식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컨디션 관리에 직결되는 식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곧바로 나왔다. 일부 선수단은 열악한 컨테이너형 숙소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끼니를 해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뿐 아니라 선수들이 머무는 숙소 환경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과거 아시안게임처럼 대규모 신축 아파트형 선수촌을 조성하는 대신, 건축 비용을 줄이고 친환경 기조를 유지한다는 취지에서 전용 선수촌을 새로 짓지 않았다. 대신 크루즈선과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 호텔 등을 활용해 선수단을 여러 곳에 분산 수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컨테이너형 숙소의 실제 거주 환경이었다. 해당 숙소는 약 21평 규모의 공간에 최대 6명이 머무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공간이 협소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침대 길이 역시 약 195㎝에 불과해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을 비롯한 장신 선수들이 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잠을 청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립식 건물의 특성상 시설 마감과 방수 상태를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폭우가 내린 뒤 화장실 세면대 배수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바닥이 물에 잠기는가 하면, 내부 누수로 선수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잘못된 국가 연주부터 '버스 노쇼'까지...경기 운영 실수 이어진다
농구 대표팀 여준석이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호텔 앞에 여행용 캐리어를 꺼내놓고 기다리다 지친 선수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대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실수는 선수들의 불편을 넘어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한국 남자 하키 대표팀의 방글라데시전 경기 전에는 북한 국가가 잘못 재생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참가국의 국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국제대회에서 발생한 실수인 만큼 논란이 커졌다.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역시 출국 과정에서 불편을 겪었다. 선수단이 귀국하는 날 예정된 버스가 나타나지 않아 한동안 현장에서 기다리는 이른바 ‘버스 노쇼’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까지...환영 행사 '문제 인물' 등장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촌 환영 행사에 등장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포토존. ⓒ페이스북
운영 문제에 이어 선수촌 환영 행사에서 역사적 인물을 활용한 방식까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선수촌 환영 행사에는 일본 전국시대 인물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주제로 한 대형 아크릴 패널을 활용한 포토존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람객이 패널 뒤에 서서 일본 전국시대 무장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기획된 형태다. 이들은 일본 아이치현 출신이다.
특히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국 등 일부 참가국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15일 선수촌 환영 행사에서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등장하는 공연이 진행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해명에 나선 지 불과 5일 만에 불거진 논란이다.
당시 조직위는 지역 문화와 관광 소개를 위한 목적이었을 뿐, 특정 역사적 인물 미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향후 국제 스포츠 대회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