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며 ‘미투(MeToo)’ 운동 확산에 힘썼던 언론인 황쉐친(소피아 황)이 5년 만에 출소했다.
국제앰네스티와 국경없는기자회(RSF) 등 60개 인권·언론자유 단체는 15일(현지시각) 중국 당국에 황쉐친의 출소 후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추가적인 제약을 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CHRD(Chinese Human Rights Defenders·중국인권수호자네트워크) 홈페이지 캡처
영국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각) 황쉐친이 지난 18일 5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고 전했다. 황쉐친은 중국 미투 운동을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인권 활동가다. 하지만 그가 돌아온 중국에서 미투 운동은 5년 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공개적 외침은 줄었고 활동가들은 검열을 피해 더 작고 사적인 공간으로 이동했다.
중국에서 ‘페미니즘’을 공개적으로 내걸고 활동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가디언이 만난 베이징의 활동가는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LGBT) 문제를 명시적으로 내건 공개 행사는 중단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관련 모임을 예술·문화 행사처럼 소개하고, 소셜미디어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대신 믿을 만한 지인들에게만 정보를 전달한다.
온라인에서도 페미니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활동가들은 기존 표현이 차단되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중국 페미니즘과 디지털 미디어를 연구하는 에바 류 오하이오대 연구자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를 검열 당국과 활동가들 사이의 “고양이와 쥐의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황쉐친은 이런 환경에서 성희롱과 젠더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렸다. 중국신문사와 신쾌보, 남도주간 등 중국 매체에서 기자로 일한 그는 이후 독립기자로 활동하며 여성 인권과 시민사회 문제를 취재했다.
그는 2017년 중국 여성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를 벌였고, 이를 토대로 이듬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성희롱 피해자들의 폭로를 돕고 관련 사건을 취재하면서 중국 미투 운동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같은 활동을 이어가던 황쉐친은 여러 차례 중국 당국에 구금됐다. 2019년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뒤 현장 경험을 담은 글을 온라인에 올렸고, 같은 해 10월 중국 당국에 구금돼 약 3개월 만에 풀려났다. 2021년에는 영국 정부 장학금으로 서식스대 석사과정에 진학하기 위해 출국하려 했지만, 출국 하루 전 광저우에서 노동운동가 왕젠빙과 함께 다시 체포됐다.
2024년 중국 법원은 두 사람에게 ‘국가정권 전복 선동’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황쉐친은 징역 5년과 함께 4년간의 ‘정치적 권리 박탈’을 선고받았다.
출소를 앞두고 국제사회도 ‘석방 이후의 자유’에 주목했다. 국제앰네스티와 국경없는기자회(RSF),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60개 시민사회·언론자유 단체는 지난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에 황쉐친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형기와 별도로 내려진 4년간의 ‘정치적 권리 박탈’을 문제 삼았다. 공동성명은 이를 형기 만료 후에도 “발언, 출판, 결사 활동을 제한”하는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60개 단체는 중국 당국에 “소피아 황쉐친이 즉시 석방되고 더 이상 자의적인 구금에 처하지 않으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또 황쉐친이 “감시, 괴롭힘, 협박, 보복 또는 이동 및 통신 제한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소했지만 황쉐친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디언은 황쉐친의 석방을 요구해 온 활동가들을 인용해 그의 친구들이 출소 후에도 황쉐친과 연락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재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활동가들은 황쉐친이 강도 높은 감시를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언론자유 환경도 여전히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6년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180개 국가·지역 중 178위를 기록했다. RSF는 중국을 세계 최대의 언론인 수감국으로 꼽으며 황쉐친의 출소 직전에도 언론인 120명이 수감돼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