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과 감자 가격부터 에너지·인건비까지 각종 비용이 치솟은 데다 젊은 세대의 외면까지 겹치면서 영국 전역의 피시앤칩스 가게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피시앤칩스. AI로 생성한 이미지.
1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국생선튀김업자연맹(NFFF)이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사업의 미래가 '매우 걱정스럽다'고 답했다. 30%도 '약간 걱정된다'고 답했다. 특히 약 20%는 향후 12개월 안에 폐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내 피시앤칩스 가게는 현재 7천~8천 곳 가량으로 추산된다. 1930년대 최고치였던 2만5천 곳과 비교하면 현저히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매장 수뿐만 아니라 판매량까지 감소하는 추세다. 유서 깊은 피시앤칩스 브랜드 '해리 램스덴' 역시 지난해 여름 9개 매장을 폐쇄하는 등 대형 체인점도 비용 상승의 압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하락세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부담이 커진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영국에서 테이크아웃 피시앤칩스의 평균 가격은 약 7파운드(약 1만3천 원)에서 11.43파운드(약 2만1천 원)로 60% 이상 상승했다. 4인 가족이 한 끼를 해결하려면 50파운드(약 9만2천 원)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앤드루 크룩 NFFF 회장은 가격 상승으로 방문 횟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원재료 가격이다. 특히 주재료인 대구와 해덕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노르웨이 북족 바렌츠해 대구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공급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크룩 NFFF 회장은 3년 전 18㎏짜리 대구 필레 한 상자를 약 160파운드(약 29만6천 원)에 구입했지만 현재는 330파운드(61만1천 원)를 지불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감자와 식용유 가격 상승 가능성까지 더해지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유럽의 감자 수확량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조리와 냉장·냉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도 부담이다. 새 튀김용 레인지 가격이 1만 파운드(약 1852만 원)가 넘는 등 설비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세금과 인건비 상승도 악재다. 피시앤칩스 가게들은 코로나19 기간 한때 5%까지 내려갔던 부가가치세가 12.5%를 거쳐 2022년 4월 다시 20%로 올라갔다. 여기에 사업세와 최저임금, 의무 병가 수당 인상까지 겹쳤다. 정부가 일부 사업세 인하와 어린이 식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한제 등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제는 비용 상승에만 있지 않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이라는 점이 오히려 젊은 소비자에게는 낡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층이 전통적인 맛에 익숙한 고령층이라며, 온라인 주문과 SNS를 통해 다양한 음식을 접하는 18~35세 소비자들의 방문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시앤칩스는 영국에서 오랜 기간 서민들의 한 끼를 책임져 온 대표 음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배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상징성이 더욱 커졌지만, 현재는 그 전통 자체가 생존을 가로막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변하지 않는 조리법과 익숙한 맛이 오랜 고객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