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채소 상인이 2010년 6월13일 중국 산시성 창즈시의 위안화 지폐를 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닛케이아시아는 22일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자들 및 정책 결정권자들이 무역 흐름의 균형을 맞추고 제조업체들의 경쟁 완화를 위해 위안화 강세가 필요하다고 점점 더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무역 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미국외교협회(CFR)는 1일 "위안화는 30% 정도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브래드 세처 CFR 선임연구원 역시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급증하는 금 수입을 고려하면 위안화가 최소 30% 약세를 보인다고 추정했다.
명목상으로 중국 위안화는 지난 1년 동안 미국 달러 대비 6% 이상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위안화는 상당한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의 치 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닛케이아시아에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관세나 수출 쿼터와 같은 보호주의 조치들이 시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올해 8월 G7 회의에서 "중국과의 교역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중국의 무역 흑자 확대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EU 집행위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대EU 무역 흑자는 3606억 유로(약 575조6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2300억 달러(약 320조 원)의 약 1.8배에 달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올해 7월 "상대국 통화가 25~30% 저평가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메르츠 총리는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도매·해외 무역·서비스 연맹(BGA) 회의에서는 더욱 직설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국가 보조금, 과잉 생산, 공격적인 가격 책정, 그리고 저평가된 통화 정책을 결합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급격히 위안화 절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 수출 마진이 더욱 줄고, 실업률이 악화하며, 중국 경제가 내수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올해 1월 자국 정책 입안자들이 "무역 흑자를 의도적으로 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판궁성 중국 중앙은행 총재도 9월 G20 중앙은행 회의에서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에 수출 외 다른 성장 동력이 부족해 수출업체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이유가 없어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없을 것으로 봤다.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 수출업체의 마진이 줄어드는데, 현재 중국에서는 과잉 생산으로 내수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제조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데, 위안화 절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생존을 위해 가격을 더욱 낮출 수밖에 없어 마진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에 나서긴 할 것이지만,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씨티은행의 중국 선임 경제학자 위샹룽은 닛케이아시아에 "절상 방향에 관해서는 합의됐으나 절상 속도가 어떨지는 불확실하다"며 "규제 당국이 절상 속도를 매우 신중하게 관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많은 중국 기업이 위안화 강세로 해외 매출 변동폭이 커질 것에 대비하고 있다며 중국 가전제품 제조업체 마이디어의 예시를 들었다.
마이디어의 해외 매출 비중은 총매출의 40%를 넘긴다. 마이디어는 이번 상반기에 60억 위안(1조2400억 원)의 외환 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냈다. 그러나 마이디어는 외환 선물, 옵션, 선물 계약 등을 통해 순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증가시키며 매출 변동의 영향을 일부 상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