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다시 홍역이 유행하는 가운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신이 설립한 반백신 단체 행사에 참석했다. 케네디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반백신 의제를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표명해 미국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미국은 2000년에 공식적으로 홍역 퇴치국 지위를 획득했다. 문제는 홍역 퇴치가 너무 성공적이었던 나머지 사람들이 홍역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이었는지 잊었다는 점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6년 6월8일 미국 워싱턴D.C.의 미국 보건복지부 건물에서 열린 영양 교육 관련 행사에 참여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어떤 사회든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지혜와 역량을 모아 해당 문제에 대응한다. 때로 성공한다.
18일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보면, 대기오염물질이 비에 스며들어 발생하는 '산성비'는 조선일보가 1977년에 처음 국내에서 보도했다. 이후 국립환경연구소가 산성비 관련해 실시한 조사가 1982년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산성비는 대표적 공해 문제로 다뤄졌다.
이후 공장과 발전소에서 산성비를 유발하는 물질 배출을 줄이고, 자동차 배출가스 관련 규제를 만들면서 산성비는 점차 대중들에게서 잊혀졌다.
한국은 산성비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은 아니다. 특히 해피엔딩인 줄 알었던 문제가 재발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특히 대중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잊고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된다면 '새드 엔딩'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반백신 운동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0일 기준 2026년 미국 내 홍역 확진 사례는 3924건으로 1992년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감염 환자 가운데 95%가 홍역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백신 접종 여부가 불확실했다.
1998년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에 홍역, 볼거리, 풍진(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연구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나중에 정교한 사기극으로 밝혀졌고, 저자는 2010년 의사 면허를 영구 박탈당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미국에서는 자폐증의 원인을 백신이라고 주장하며 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에 관한 불신이 더욱 커졌고 홍역 백신 접종률은 더 떨어졌다. 2024년에는 전국 평균 홍역 백신 접종률이 91.2%를 기록했다. 통상 공동체 대부분이 면역을 가져서 감염병 확산을 멈추게 하는 '집단면역'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접종률은 95%다.
CDC에 따르면 1963년 홍역 백신이 개발되기 전 미국에서는 매년 평균 300만~400만 명의 감염 환자와 50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홍역에 감염된 어린이 가운데 0.1~0.3%가 호흡기 및 신경계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서울대병원학교 병원에 따르면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면역이 없는 접촉자의 90% 이상이 발병한다. 홍역에 걸린 환자 가운데 약 4%에서 기관지 폐렴 등 호흡기 합병증이, 2.5%에서 급성 중이염이 발생한다. 0.1~0.2%에서는 뇌염이 발생한다.
가장 무서운 점은 홍역 바이러스가 면역계의 기억 세포를 공격해 면역력을 잃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홍역에 걸린 아이들 77명을 조사한 결과 감염이나 예방접종으로 얻었던 항체 가운데 11~73%가 소실됐다.
그러나 로이터가 미국 성인 11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6%만이 MMR 백신이 아동에게 안전하다고 믿었는데, 이는 2020년 84%에서 하락한 수치다.
요컨대 현재 미국 대중은 홍역 백신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홍역의 심각성을 망각했고, 여기에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다시 미국에서 홍역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를 바탕으로 성숙한 시민의 토론이 활발해 지는 것만이 해결의 열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