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의 점포 재편이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빨라지고 있다. 단순히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자원을 집중할 곳을 다시 고르고 있다. 매출이 큰 기존 핵심점이라도 성장성과 투자 효율에 따라 매각·폐점 대상으로 검토하는 등 ‘점포 수’보다 ‘거점 경쟁력’을 따지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한화갤러리아가 타임월드점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한화갤러리아의 타임월드점 매각 검토가 대표적이다. 타임월드점은 지난해 거래액 6천억 원을 넘긴 지역 핵심점포로 갤러리아 5개 점포 가운데 서울 압구정 명품관에 이어 두 번째로 거래액이 많다. 그럼에도 한화갤러리아는 타임월드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타임월드 매각 검토는 회사의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현재 매출 규모만으로 핵심점을 판단하기보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효율을 따져 자원을 집중할 점포를 선별하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앞구정 명품관 재건축 등 서울 핵심 상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점포 재편은 백화점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도 점포 수를 늘리기보다 경쟁력 있는 거점에 투자를 집중하고, 일부 점포는 매각·폐점하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잠실점 리뉴얼에 약 8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3조3010억 원의 거래액을 올린 잠실점은 식품관을 시작으로 명품·패션 매장을 순차적으로 새단장한다. 인천점도 3년여에 걸친 리뉴얼을 마치고 올해 거래액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분당점은 지난 3월 영업을 종료했고 미아점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역 대표 점포를 광역 상권의 거점으로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구신세계는 개점 10년 만에 전 층 리뉴얼에 들어갔다. 지난해 1조6629억 원의 거래액을 올린 점포를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개편해 연간 거래액 2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강남점과 본점 등 기존 핵심점에도 투자를 이어가며 점포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기존 핵심점과 신규 거점을 함께 키우는 방식으로 점포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판교점 등에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더현대 서울과 대구에 이어 부산·광주 등으로 대형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디큐브시티점은 영업을 종료하며 점포 효율화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 백화점 시장에서도 대형 점포로 매출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2025년 국내 5대 백화점 65개 점포의 전체 매출은 1년 전보다 3.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연 매출 1조 원 이상 13개 점포의 매출은 같은 기간 7.1% 늘었다. 이들 점포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58.4%로 절반을 넘어섰다.
주요 점포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신세계 강남점은 2024년 7.3% 성장한 데 이어 2025년에도 10.4% 증가하며 3조671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4.9%에서 7.4%로, 롯데 본점은 2.3%에서 6.1%로 성장률이 높아졌다. 현대 판교점은 지난해 17.2% 성장하며 처음으로 연 매출 2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 65개 점포 가운데 37곳은 역신장을 기록했다.
이들 거점은 국내 소비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 수요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본점·잠실점·부산본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0%, 120%, 15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이 5800억 원으로 120% 늘었는데,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 등이 외국인 수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백화점에서는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매출이 134%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