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UN 본부 협정상 외국 대표단의 입국을 보장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할 견제 장치가 없다. 미국이 자국 영토에 대한 출입국 통제권을 앞세워 팔레스타인을 국제무대에서 사실상 배제한 셈이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UN 총회에 참석하지 못한다. 사진은 2025년 9월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불참한 UN 본부 총회장. ⓒUPI/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의 UN 총회 참석을 위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팔레스타인 대통령의 UN 총회 참석을 막아선 건 2025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팔레스타인 대표단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연장한 것"이라면서 입국 제한 이유에 대해 "팔레스타인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테러 범죄자에게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이에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17일 성명문을 통해 이 조치가 "팔레스타인-미국 관계 발전과 두 국가의 평화 및 안전 달성에 필요한 정치적 환경 조성에 역행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번 비자 제한 발표 직후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17일 아랍에미리트(UAE) 매체 더 내셔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압바스 대통령의 비자 발급을 미국에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UN 총회는 압바스 대통령이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연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1947년 UN 본부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UN에 참석하려는 외국 대표단의 입국을 보장해야 하며, 미국의 출입국법이 대표단의 입국 권리와 충돌하지 않도록 시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안보, 극단주의 및 외교 정책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대표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본부 협정과 상충되는 조치를 취했다.
이 문제는 UN 본부가 미국 영토 안에 위치해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UN 본부 협정이 외국 대표단의 입국을 '규정상' 보장하고 있음에도 이를 강제할 별도의 견제 장치가 없어 UN은 미국의 주권 행사 결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팔레스타인이 UN의 정회원국이 되는 일은 더욱 요원하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며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4년 4월18일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UN 정회원국 가입 추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정회원국 논의가 불발됐다.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으로 구성된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표결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193개 유엔 회원국 중 80%가 넘는 회원국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승인해도 팔레스타인이 UN의 '정회원국'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엔 비자 발급이 허용됐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의무에 따라 이란 정권의 핵심 대표단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