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유럽연합(EU)의 '준회원국' 제안을 환영하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의 제안을 두고 "웃기는 소리"라 비하하고 관세 위협까지 내놓았지만, 카니 총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카니 총리의 행보를 두고 "지정학적 재편에 명확한 계획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방향을 잡지 못한 영국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 AP통신=연합뉴스
카니 총리는 17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핵심 광물, 방산, 인공지능(AI), 에너지 안보, 우주, 결제 시스템 등 현안을 거론하며 "캐나다와 유럽은 각자 강하지만, 함께할 때 더 강하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준회원국', 유럽연합 조약에도 없다
캐나다가 유럽연합으로부터 약속받은 '준회원국(associate member)' 지위는 유럽연합 조약에 없는 자격이다. 이를 신설하려면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과 각국 비준을 거쳐야 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올해 초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 전 중간단계로 이와 같은 구상을 제시했다가 회원국 반대로 무산된 전례도 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16일 연례 '유럽연합의 현황' 연설에서 캐나다와의 관계를 '가능한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초청을 공식화했다.
협력 분야는 첨단 제조업, 국방 산업 기반, 북극 공동 프로젝트, 에너지, 핵심 광물, 배터리, AI, 양자컴퓨팅 등을 아우른다.
유럽연합 내부에서도 관계 강화 자체엔 이견이 없지만 '준회원국' 자격에는 신중론이 일고 있다. 카니 캐나다 총리도 "명칭보다 실질 내용이 중요하다며, 캐나다가 유럽연합 정회원이 될 위치에 있지도 않고 이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곧장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의 이번 구상이 실현되면 미국이 유럽에 매우 심각한 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카니 총리는 "캐나다인들은 아무도 우리에게 어떤 언어를 쓸지, 어떤 문화를 강요할지, 누구와 협정을 맺을지 지시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고 응수했다.
가디언 "캐나다, 영국에는 없는 명료한 행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와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2026년 9월16일 영국 머지사이드주 에버턴에서 열린 양자 회담에 참석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사설에서 캐나다가 약속받은 '준회원국' 지위를 '정치적 가설'이라 규정했다. 정회원은 아니지만 유럽연합과 긴밀히 전략적으로 결속하는, 의미는 있으나 아직 정의되지 않은 상태라고 바라봤다.
그럼에도 가디언은 카니 총리가 보여준 태도에 주목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멸과 관세 위협에 흔들리는 처지는 캐나다와 영국이 비슷하다. 하지만 카니 총리는 핵심 광물부터 청년 교류까지 구체적 의제를 던지며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이후 유럽과의 관계를 아직 캐나다처럼 명료하게 정리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카니 총리는 이번 유럽연합-캐나다 연대가 '제3의 블록'이 아니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등대'가 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실제 카니 총리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캐나다와 유럽이 시장, 민주주의, 법치를 함께 지켜야 한다고 역설해 유럽의회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의 밀착은 10월29일 몬트리올 'EU-캐나다 정상회의'에서 더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