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국산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자체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2상 계획 승인을 얻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 임상을 통해 국산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동시에, 최근 모더나의 개인맞춤형 mRNA 암백신 성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mRNA 플랫폼’ 기술 상용화를 적극 도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최근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 ‘GC4006A’의 국내 임상 2상 시험계획(IND)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앞선 임상 1상에서는 만 19~64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달간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이번 임상 2상에서는 대상 연령을 만 19~85세로 넓혀 고령자까지 포함하고, 이미 허가된 백신과 직접 비교해 최적 용량과 면역원성을 평가한다. 회사는 연내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해 2027년 임상 3상 IND 제출, 2028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임상은 질병관리청·국립보건연구원·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국산 mRNA 백신 자급 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 국산 백신 자급화 앞장
코로나19 팬데믹은 2023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로 공식 종료됐지만, 바이러스 자체는 여전히 활발하게 퍼지고 있다. 코로나19를 촉발한 바이러스 ‘SARS-CoV-2’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유행하며 중증 질환과 사망을 일으키고 있고, WHO는 2026년 5월 발표한 성명서에서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예방접종을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질병관리청이 9월17일 코로나19 예방접종을 그동안의 임시접종에서 인플루엔자와 같은 필수예방접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입원환자 중 65세 이상 비율이 60%를 웃도는 등 고위험군의 입원 및 중증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변이 바이러스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 우세종인 JN.1 계열의 하위 변이인 NB.1.8.1과 XFG 등이 유행하고 있다. BA.3.2처럼 항원 특성이 다른 새로운 변이도 국내를 포함한 30여 개국에서 확인됐는데, 특히 15세 미만 어린이 감염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은 매절기 유행 변이에 맞춰 계속 업데이트돼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이 이 백신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코로나19 mRNA 백신 시장은 여전히 미국 기업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장악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기업 아크튜러스테라퓨틱스도 이 분야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질병관리청이 이번 절기(2026~2027) 국가예방접종을 위해 확보한 백신 484만 도즈 역시 화이자(291만 도즈)와 모더나(193만 도즈) 제품으로만 채워졌다. 당장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2020년 팬데믹 초기처럼 전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능력이 부족했던 상황이 재연될 경우, 자체 개발·생산 역량을 갖춘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대응력 차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
국산 mRNA 플랫폼을 미리 확보해두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더라도 유전정보만 바꿔 넣어 기존 생산 체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 대응에 유리하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경쟁에서는 GC녹십자가 임상 2상으로 가장 앞서 있다. 한국BMI 컨소시엄(한국BMI·아이진·마이크로유니·메디치바이오)은 8월 임상 1상 승인을 받으며 한 걸음 뒤처져 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단일 대응 대신 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인 ‘사베코바이러스’ 계열 전반을 겨냥하는 ‘범용 백신’으로 방향을 잡아 1월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2상에 들어갔다.
◆ 진짜 승부처는 mRNA-LNP 플랫폼
GC녹십자에게는 코로나19 백신 자체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다. 이번 임상을 통해 자체 개발한 ‘mRNA-LNP 플랫폼’의 성능을 실제 임상 데이터로 증명하는 것이다. 허은철 사장은 이 플랫폼이 글로벌 수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임상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mRNA 백신은 항원 정보를 담은 mRNA뿐 아니라, mRNA가 분해되지 않도록 감싸서 타깃으로 삼는 세포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LNP(지질나노입자) 기술이 핵심이다. GC녹십자는 2019년부터 이 기술을 자체 개발해, 세포주 개발, mRNA 합성, LNP 제형화, 완제 생산, 품질 분석에 이르는 전 공정을 자체 구축했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임상 2상은 개별 백신 개발을 넘어, 이 플랫폼이 실제 사람 몸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mRNA 플랫폼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모더나의 성과가 있다. 모더나와 MSD는 흑색종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임상 3상에서 개인맞춤형 mRNA 암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키트루다 단독 치료보다 재발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췄다는 결과를 8월 내놓았다.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암환자 개개인의 암세포에만 나타나는 유전적 돌연변이인 ‘신생항원’을 mRNA에 담아 다시 환자 몸속에 투여함으로써 면역세포를 훈련시킨 뒤 면역세포가 해당 암세포만 찾아내 저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재발과 전이를 막는 맞춤형 치료제다.
이 결과는 mRNA 기반 암백신이 대규모 후기 임상에서 효능을 입증한 첫 사례로, 감염병 백신을 넘어선 mRNA 플랫폼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GC녹십자도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검증한 플랫폼을 차세대 면역항암제와 희귀 유전질환 치료제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회사는 mRNA 설계 및 LNP 관련 기술을 가지고 국내외 파트너들과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해 플랫폼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암치료제 기업 앱클론과 손잡고 ‘인비보 카티(in vivo CAR-T)’ 치료제 공동 개발에도 나섰다. GC녹십자의 mRNA-LNP 기반 세포 특이적 전달 기술과 앱클론의 카티(CAR-T) 및 T세포 특이적 항체 기술을 결합해 인비보 CAR-T 공동 플랫폼과 후보물질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카티 치료제는 환자 혈액에서 T세포를 꺼내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넣는 방식이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두 회사가 개발하는 치료제는 mRNA를 이용해 체내에서 직접 카티 세포를 만들어 이런 한계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