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대한 가상화폐 수익이 가상화폐 업계의 숙원인 규제 법안 통과를 좌초시켰다. 이 법안은 가상화폐 시장의 제도화와 감독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국 민주당은 법안의 윤리 규정과 감독 체계 부분이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를 충분히 규제하지 못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6년 6월16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 및 중동 정상들과의 업무 오찬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업계의 숙원이었던 가상화폐 규제 법안 통과가 미국 상원에서 좌절됐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화폐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관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고 전했다.
‘디지털자산시장명확성법안’은 수년간 가상화폐 업계가 입법을 촉구해온 핵심 과제였다. 이 법안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포괄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해 가상화폐 시장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시 “미국을 세계의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줄곧 가상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가상화폐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공화당이 우세한 의회를 상대로 업계에 유리한 시장 질서를 마련하기 위해 1년 넘게 협상을 벌였고, 막대한 로비 자금도 투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지난해 가상화폐 사업을 통해 약 14억 달러(약 1조9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직 대통령이 가상화폐 사업으로 이처럼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이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화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가 재임 중 가상화폐 업계에서 이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한 윤리 조항이 이해충돌을 방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이 조항의 집행은 법무부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은 법무부가 현직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기는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법무장관을 맡고 있는 토드 블랜치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디지털자산시장명확성법안에는 가상화폐에 대한 감독 권한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 공식적으로 나누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감독 권한의 상당 부분은 SEC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CFTC에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CFTC에 감독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를 가리켜 가상화폐 업계가 보다 엄격한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15일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달래기에 나섰다. 먼저 공화당은 연방 선출직 공직자와 그 배우자가 자체적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법안에 새로 추가했다. 이 조항이 시행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출시한 ‘트럼프 밈 코인’의 추가 발행을 사실상 막을 수 있다.
연방 공직자가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서 보유한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지분를 처분하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법안은 결국 통과에 필요한 찬성표 60표를 모으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과 공화당 의원 4명 등 총 50명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찬성표는 49표에 그쳤다.
법안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의회가 11월 중간선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이 상원이나 하원을 장악할 경우 법안 통과를 둘러싼 논의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담당 수석고문인 패트릭 위트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솔직히 말해 오늘 투표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미국의 리더십이 실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썼다.